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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Nov 11. 2024

조변의 두 번째 논문이 나왔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과 정의" 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박사는 내 운명',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288


위 글에서 저의 두 번째 논문 게재가 확정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발간된 대한변호사협회 학술지 '인권과 정의' 제525호에 저의 논문이 수록되었습니다.

https://www.koreanbar.or.kr/pages/board/view.asp?teamcode=&category=&page=1&seq=13999&types=11&searchtype=&searchstr=


이번 논문의 주제는 심플하고 어렵지 않습니다.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정보교환의 해석론적 한계(조준현)


우리는 예전 사회시간에 "죄형법정주의"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만이 범죄이고, "법률"에서 정하는 대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죄형법정주의"는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입맛대로, 자기 마음대로 "법률"을 해석해서 적용할 수 없어야 합니다.


여기서 "유추해석금지 원칙"이 나옵니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행동에 대해서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로 판단하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률"에 적혀있는 문자 그대로 읽고 그대로 적용하여야 합니다.

그 문자를 조금이라도 넓게 해석하면, 범죄 판단의 가능성이 넓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규정하는 법률 규정은 매우 엄격하게, 매우 드라이하게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넓게 해석하여서 처벌(또는 처분)의 가능성을 확대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법원 판례의 명확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침익적 행정처분(법적인 이익을 침범하는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입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두43491 판결).


공정거래법에서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도 받고 형사처벌도 받습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사업자들끼리 서로 담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서로 담합하여 가격을 고정하거나, 다른 방법을 통하여 시장에서의 경쟁을 약화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해롭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금지하는 담합의 유형 중에 하나로 "사업정보, 경영정보, 생산정보, 매출정보" 등을 사업자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경쟁을 약화하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관련 사업자 모두에게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정거래법이라는 "법률"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보를 주는 행위'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와 다를까요?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도 받고 형사처벌도 받습니다.


제가 논문에서 문제를 삼은 것은 위 질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를 주는 행위" 즉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위"도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행정처분도 할 수 있고, 형사처벌도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행정부의 행정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 행정규칙인 "정보교환행위 심사지침"을 만들었는데, 그 심사지침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위"라는 해석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고받다"는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이 다른 것입니다.


대법원은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판결). 공정거래법이라는 법률에서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따로 정의하지 않고 있으므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서 "주고받는"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정보를 알리는 행위'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에 반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정보를 알리는 행위"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와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법률인 공정거래법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와 다른 의미인 "정보를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보다 훨씬 약한 규범성을 가지는 행정규칙(고시)에서 "정보를 알리는 행위"도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지침을 만든 것입니다.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오로지 "법률"상에 근거가 명시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법치행정의 원칙(법률유보 원칙)에 반하는 행정규칙을 규정했다고 봤습니다.


행정기본법 제8조에서 "법치행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8조(법치행정의 원칙)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되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


따라서, 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교환행위 심사지침"이라는 행정규칙이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반하는 해석지침을 규정하고 있다고 봤고, 행정규칙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것이 제 논문의 결론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브런치 독자님, 작가님(이하 "사장님")께서 1등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경쟁 사업자끼리 중요한 정보를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다른 경쟁사업자에게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기만 했고, 다른 경쟁사업자의 정보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기만 하는 행위"도 금지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과징금 처분도 할 수 있고 형사처벌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과징금 행정처분도 내리고, 수사기관에 고발조치도 합니다. 사장님은 압수수색도 받고 형사소송의 피고인이 됩니다. 매우 고통스러원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떻게 될까요?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사장님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므로, 과징금 처분도 취소되어야 하고 형사소송에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주고받는"의 의미를 확대하는 공정위의 해석지침이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위만으로도 시장의 경쟁이 약화될 수 있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초록과 첨부해드리는 논문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공정거래법이 전부개정되면서 ‘정보교환’의 규율에 관한 사항이 부당한 공동행위 관련 규정에 신설되었다. 이를 통하여 사업자 간에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합의가 금지되고,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로부터 담합에 관한 합의가 추정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정보교환’ 또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정의규정이 없는 용어는 일반적인 상식에 따라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 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면서, 그 심사지침에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정의하는 규정을 두었다. 위 심사지침이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관한 해석지침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 공정거래법의 해석으로 소위 ‘동조적 행위’를 규율할 수 있고, ‘정보를 일방적으로 알리는 행위’도 동조적 행위로서 규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부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유럽연합, 호주 등 외국 경쟁법제에서 규율하고 있는 동조적 행위에 관한 입법례와 판례 등을 참고하여, 위 심사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고받다’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다’인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심사지침에서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 다르게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규정하였다. 문제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등 침익적 행정행위의 요건이면서 동시에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이라는 점이다. ‘규율의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에 대한 정확하고도 섬세한 해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 규정이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연계된 경우에는 관련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따라서, 위 심사지침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문리해석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에서 ‘사업자 간의 합의’를 금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일방적인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체계적 해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목적론적 확장해석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정당화사유’가 제시되어야 하지만, ‘규율의 필요성’ 외에 다른 구체적인 ‘정당화사유’는 보이지 않는다. 요컨대, 위 심사지침상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정의하는 규정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정보교환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면 소위 ‘동조적 행위’의 규율을 명문화하는 취지의 법률개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지도교수님이신 성중탁 교수님,

공정거래법 강의와 논문 소재를 주신 신영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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