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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Nov 03. 2024

육휴 아빠는 아들을 하루에 4번 만난다.

육아휴직 아빠는 아들을 하루에 4번 만난다.


아침 7시 30분 아들은 꿈나라에서 돌아온다.


따뜻한 침대에서 내려와서, 신선한 공기가 있는 거실 소파에 다시 눕는다.

아들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아빠는 아들을 그렇게 처음 만난다.


굿모닝! 웃음을 띤 얼굴로 아빠와 아들은 인사를 한다.   

아빠는 엄마가 준비한 아침 과일과 요거트를 갖다 준다.

아들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블루이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8시, 학교에 갈 준비를 시작한다.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양치를 한다.

아빠도 외출 준비를 한다. 날씨가 좋으면 함께 걸어가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자동차로 등교를 한다.

아들과의 첫 만남은 한 시간 남짓으로 길지 않다. 그리고 조금 바쁘다. 특히 마음이 바쁘다.


오후 1시 아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다. 근처 도서관에서 만난다.



두 번째 만남은 더 반갑다.

아들은 마냥 반가운 얼굴로 도서관에서 기다리는 아빠에게 달려온다.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쫑알쫑알 끊임없이 알려준다. 운동회 연습을 했고, 달리기를 했단다.


도서관에서는 30분 공부, 30분 놀이를 한다.

받아쓰기 연습을 할 때도 있고, 영어 동화책을 읽을 때도 있다.

공부가 끝나면, 아들은 체스를 하거나 아빠의 축구 게임을 관람한다.


오후 2시, 영어학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도서관 앞으로 이동한다.

아들은 그날 저녁 다시 한번 더 있을 아빠의 축구 게임에 여러 조언을 한다.

공격수를 바꾸고, 골키퍼도 바꾸는 게 좋겠단다. 아빠는 알겠다고 약속을 한다.


오후 4시 50분 아들은 영어학원에서 돌아온다.

파리바게트에서 간식을 먹는다.  


세 번째 만남은 짧지만 강렬하다.

아들은 또다시 반가운 얼굴로 아빠를 만난다.

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이 좋았는지 또 쫑알쫑알 얘기한다.


아빠와 아들은 파리바게뜨에서 간식 타임을 갖는다.

아들은 먹고 싶은 빵과 우유를 직접 골라서 직접 계산을 한다.

한 달 후에는 혼자서 해야 할 일이지만, 벌써 혼자서 잘 해내고 있다.


아들은 스스로 간식을 사 먹는 것이 즐겁다.

스스로 고른 빵과 우유를 먹는 것도 즐겁다.

아빠는 먹다 남은 빵을 먹지만, 그래도 즐겁다.


오후 5시 5분, 짧은 간식 타임은 끝난다.

아들 스스로 쓰레기를 버리고 자리를 정돈한다.

파리바게뜨 옆 건물 4층에 있는 피아노학원에 등원한다.  


오후 6시 5분 아들은 피아노학원에서 돌아온다.

아파트 단지 정문, 셔틀버스에서 내린다.


네 번째 만남도 여전히 반갑다.

아들은 피아노학원에서 배우고 연습한 곡을 알려준다.

환희의 송가를 연습했고, 고양이춤을 배웠단다.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집 현관까지 오는 길에 그날 배운 멜로디를 연신 흥얼거린다.

피곤할 법도 한데, 피아노학원도 재미있단다. 바이엘 2권도 시작했단다.

아빠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엄마는 귀가를 한다.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다.

아들을 아빠에게 했던 얘기를 다시 엄마에게 해준다.

그렇게 반갑고 즐거운 시간 이어진다.


육아휴직 아빠에게 가장 좋았던 것,

아들을 하루에 4번 반갑게 만날 수 있다는 것.  


육아휴직은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은 것 같다.

복직 일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육아휴직이 끝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다.


육아휴직 아빠에게 가장 좋았던 것은,

아들을 하루에 4번 반갑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매번 세상에서 가장 반갑고 기쁜 얼굴로 아빠를 만났다.


그 반가운 아들의 얼굴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들의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

아들의 하루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나는 또 내일 아들과 만날 그 순간이 기다려진다.

순도 100%의 반가움으로 가득 찬 아들의 얼굴이 기다려진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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