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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Nov 23. 2024

후배에게 도움이 되는
로스쿨 1기 변호사가 되고 싶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방학마다 실무수습이라고 부르는 인턴십을 한다. 

나 역시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충정 등에서 인턴십을 했었다. 


https://brunch.co.kr/@lawschool/42


내가 법제처 법제교육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였다. 

"로스쿨 변호사이니, 로스쿨 실무수습 과정을 맡아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요청이었고, 너무나도 당연한 답변이었다. 


나는 로스쿨 1기 변호사이다. 

나보다 앞선 선배가 없었다. 

그래서 늘 약간의 편견과 맡서야 하기도 했고,

언제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강박이 있기도 했다. 


나의 첫 사무관 업무 중에는 전국의 로스쿨 후배들을 모시고 

법제처의 업무를 교육하고 변호사의 생활을 공유하는 업무도 있었다. 


2021년 1월,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때였다. 

2주 간의 실무수습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매일 ZOOM을 통해 후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달 전쯤 낯이 익은 이름으로 카톡을 하나 받았다.

2021년 1월, 실무수습을 했던 후배로부터 온 카톡이었다. 

행정고시 2차에 합격을 했고, 실무수습 당시에 수행했던 과제 파일을 다시 받고 싶다고 했다. 

노트북을 바꾸면서, 실무수습 당시에 저장했던 파일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다행히, 그때 배부했던 파일이 내 컴퓨터에 남아있었다. 

그 당시 과제 파일과 함께 면접 대비용 자료를 함께 보내주었다. 

3차 면접을 잘 보길 바란다는 인사를 했었다. 


그리고 지난주에 그 후배가 행정고시에 최종 합격했다고 다시 카톡을 보내주었다. 

내가 다시 보내준 자료가 도움이 될 리가 없었겠지만, 아무튼 기뻤다. 

후배는 나에게 고맙다고 나중에 꼭 밥을 사겠다고 했다. 

나는 같은 사무관이 되었는데, 더치페이를 하자고 했다. 

(실제로 세종시에서 만난다면, 내가 밥을 살 것이다.)


로스쿨 출신이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행시 합격할 때까지 그 후배가 본 유일한 사무관은 나였다.

비대면으로 ZOOM으로 나의 모습을 보고도 사무관이 되려고 했단다.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줄 걸 그랬다. 


나는 도움을 받을 선배가 없었다. 

그래서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된 선배가 된 것 같아서 기뻤다. 


로스쿨 1기 변호사로서 조금 더 번듯하고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40대가 되었지만,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부끄러울 때도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사실 보잘것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로스쿨에서 진로를 고민할 때,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두려움이 클 때,

첫 직장에서 과중한 업무로 고뇌할 때 그럴 때 대화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그럴 수 있는 선배가 없었기에, 그들에게는 그런 선배가 되어주고 싶었다. 


가끔씩 불쑥 카톡이 올 때가 있다. 

좋은 소식이 담긴 카톡이 올 때도 있다. 

나를 잊지 않고 기쁜 순간을 알려주는 후배님들이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이 평범한 선배보다 더 훌륭하고 더 쓸모 있는 변호사가 되어주길 바란다. 

 



제가 쓴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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