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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Oct 17. 2023

로스쿨 1기죠? 인턴십 맡아주세요. 대충 하면 됩니다.

네, 로스쿨 1기라서 거절하지 못합니다. 대충 하지도 못합니다.

법제처 법제교육과에서 400회의 강의를 하면서도, 잠시 쉬는 혹한기와 혹서기에는 6회의 로스쿨 재학생 인턴십(실무수습)을 담당했다. 로스쿨 1기인 나는 로스쿨 인턴십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나도 로스쿨을 다니면서 방학 때마다 인턴십을 갔었다. '법학도'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던 나에게 밥과 술을 사주면서 조언과 격려를 해 주신 변호사님들이 있었다. 이제는 나의 차례가 되었다.   



보통의 교육과정도 '2주'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강의와 실습이 적절한 비율로 있어야 하고, 같은 교육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며, 수강생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하여야 한다. 그런데 로스쿨 재학생은 후배들이고, 법을 좀 배운 분들이라, 대충 시간만 때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 만나는 로스쿨 1기의 모습이 바로 나였다.


1. 가장 먼저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3년 간 방학마다 6회의 로스쿨 인턴십을 운영했다. 처음 인턴십을 준비할 때, 내가 인수인계를 받은 내용은 "그냥 대충 잘하면 됩니다." 한 마디였다. 전임자는 부담이 없이 말할 수 있지만, 후임자는 '그냥 대충'할 수 없었다. 그 당시 국장님과 과장님이 강조했던 한 마디는 따로 있었다. "학생들을 방치하지 마라."였다.


로스쿨 1기가 운영하는 로스쿨 인턴십은 달라야 했다. 로스쿨 후배들에게 '2주'는 수험시간과 맞바꾸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다. 기존 인턴십은 법제처를 홍보하는 목적이 짙었다면, 나는 인턴십을 통해 법제처 업무를 경험하고, 법제처 변호사들을 많이 만나는 기회가 되도록 바꾸었다. '법제처 업무 60% + 변호사실무 40%'의 비율을 맞추려고 했다.


기존 인턴십은 후배들이 각 부서에 개별적으로 배치(또는 방치)되어 법제처 업무를 배우는 편차가 컸다. 열심히 가르쳐 주는 과장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직접 표준직무과제를 만들었다. 후배들이 직접 검색하면서 법제처 조직과 업무를 익히고, 직접 입법예고안을 보면서 법제 심사 업무를 해보며, 법령해석 요청사항을 보고 보고서 초안을 쓰게 했다. 후배들은 책에서 보던 포괄위임금지, 법률유보, 법률우위를 언급하면서 스스로 과제를 수행했다. 잘하든 못하든 법제처 업무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했다.  


매일 과제를 수행하고 나면, 변호사 선배와의 릴레이 토크를 1시간 이상 진행했다. 내가 직접 할 때도 있었고, 법제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변호사에게 부탁한 적도 있었다(로스쿨 1기라서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준다).


- 변호사의 '저녁이 있는 삶'(링크)

- 변호사의 취업 성공 전략(링크)

- 변호사시험 후의 시간 관리(링크)

- 자소서와 직무수행계획서(링크)

- 행정부의 민간경력채용(링크)

- 공공기관의 변호사 채용(링크)

- 로펌 변호사의 일상과 업무(링크)

- 로펌 변호사의 직장예절(링크)

- 사내변호사의 커리어 관리(링크) 등


후배들은 상당히 만족했다. 인턴십 만족도는 97점이었다. 역대 최고였다. 재미없는 법제업무만 배우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비롯한 법제처여러 변호사 선배들이 기꺼이 후배들을 위하여 시간을 내어 주었다. 글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경험과 지혜를 후배들에게 해 주었다. 그렇게 로스쿨 인턴십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법연수원에서 법제처 인턴십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


법제처장님이 참석하는 간담회도 손을 봤다. 형식적인 법제처장의 격려사를 듣기 전에, 먼저 후배들의 인턴십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인턴십 소감과 만족한 점, 바라는 점을 차례로 말했다. 처장님은 메모를 하셨다. 그리고 준비한 격려말씀을 접어 놓은 채, 법조인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격려를 해주셨다. 후배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2. 로스쿨 인턴십을 마칠 때면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2주라는 시간은 서로 친해지고 정들기 충분다. 매일 아침마다 출첵을 하고, 매일 선배로서 잔소리를 하다 보니 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는 늘 안도감과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 너무나도 부족한 환경에서 2주 간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한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컸다.


나에게는 복이고, 행운이었다. 로스쿨 1기 변호사로서 이렇게 후배들을 만나고 함께 지낼 수 있는 가 몇이나 되겠는가. 12주 동안 103명의 후배님들이 시조새 같은 1기 선배와 함께 지내주었다. 한참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고 감사했다는 문자를 보내줄 때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전체적인 과정 설계해 주시고 운영해 주신 조준현 사무관님께 감사드립니다! 열정적으로 직접 강의도 여러 번 진행해 주시고, 강의 외에도 공공기관 취업 팁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알려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무관님의 열정에 감동받았습니다:) 저도 남은 기간 동안 로스쿨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사무관님처럼 향후 미래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좋은 법조인이 되고 싶습니다!


인턴십이 끝날 때 하는 설문조사에서 봤던 의견이었다. 특히 2주 전체를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하여 직접 만나지 못했던 인턴십이었지만, 그 2주의 시간이 유익했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3. 로스쿨 인턴십 운영 경험은 자랑스러움으로 남아 있다. 


성공한 선배도 아니고, 유명한 선배도 아니지만 그래도 선배로서 선배답게 선배의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 나에게 법제처 로스쿨 인턴십은 자랑스러움으로 남아있다.


로스쿨을 바라보는 시선 다양현실 속에서 어렵게 법을 공부하며, 힘들게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 변호사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법제처 로스쿨 인턴십 운영을 마칠 때 후배들이 준 선물. 나에게 가장 특별한 선물이다.

 


1. 로스쿨 1기 사무관으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2주 인턴십이 되도록 열심히 운영을 했다.

2. 그 덕분인지 법제처 인턴십은 후배들에게 법제업무경험과 변호사실무경험 모두 도움이 되었다.

3. 로스쿨 1기로서 인턴십을 운영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자랑스러움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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