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끔 "의전은 조변이지"라는 말을 듣습니다. 의전을 아주 조금 잘하는 것 같습니다.
'의전'은 육아처럼, '육아'는 의전처럼
제가 회사에서 높은 분을 모실 때의 마음가짐입니다.
의전도 육아도 결국 '그분'의 마음을 항상 편안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전'은 육아처럼, '육아'는 의전처럼 하면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별한 이벤트에서 주인공은 "그분"입니다. 그 주인공을 주인공답게.
당연한 말입니다. 특별한 이벤트에서는 '그분'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분'을 주인공을 제대로 대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이벤트를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하도록 '방향성'을 가지고 이벤트를 준비할 때도 있습니다.
(예: '최대한 빨리 끝내자', '무미건조하게 진행하자', '선례를 그대로 따르자' 등등)
회사에서 특별한 이벤트나 행사를 준비할 때에도, 가정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할 때에도,
그 특별한 이벤트의 주인공인 '그분'이 만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분'이 구성원을 격려하는 이벤트라면, '그분'의 격려말씀에 진심이 담길 수 있어야 합니다.
행사 시간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구성원의 성과나 노력을 '그분'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낸 후, '그분'의 격려사를 듣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그분'의 말씀에 진심이 담깁니다.
자녀의 생일파티를 할 때도 비슷합니다. 부모가 편한 방향으로 자녀의 생일파티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자녀가 즐거울 수 있도록, 자녀가 먹고 싶은 음식을 준비하고, 자녀가 받고 싶은 선물을 준비하며, 자녀가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끌 수 있도록 주위사람은 노래를 불러줍니다.
높은 분이 참석하는 이벤트를 준비할 때에는 그 이벤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시간과 수단을 충분히 확보하여, 주인공인 '그분'이 이벤트를 통하여 진정하고 진실된 메지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문 이벤트'에서는 '육아'의 시각으로 준비하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어떤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점검하여야 할 사항이 꽤 많이 있습니다. 어린이와 동행할 때는 교통수단, 동선, 일정, 주차, 식당, 숙박시설, 화장실, 편의점 및 현지조달 가능 품목 등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문 이벤트'에 관한 의전도 비슷합니다.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교통수단의 종류와 도보 이동 거리 등 수평 이동 동선을 체크함과 동시에 계단과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수직 이동 동선을 함께 체크하여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구글맵 등을 통하여 수평 이동 동선으로 사전 답사의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물 내 수직 이동 동선은 해당 방문기관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의 층별 안내도 등을 참고하여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운전기사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차가 복병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높은 분이 '오찬'이나 '만찬' 장소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그 식당의 주차장 상태를 반드시 사전에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로그나 SNS 후기 등을 통하여 주차장이 있는지, 주차가 어렵지는 않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간혹 '주차문제'로 식사 시간이 빠듯해질 때가 있습니다.
방문 현지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편의점 위치도 함께 파악해 두면 좋습니다. 발표나 PT 이벤트가 있을 경우에는, 방문 현지에서 가까운 인쇄소도 함께 파악해 두면 좋습니다.
식당, 숙박시설 및 기타 편의시설을 예약할 경우에는 그분이 꺼려하는(또는 어려워하는) 사항이 있는지 반드시 사전에 물어보고 예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운 음식을 못 드시는 분도 계시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미리 물어보는 것이 귀찮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를 위하여 하나씩 체크하고 하나씩 준비하는 것처럼, 의전도 그렇게 하면 실패하지는 않습니다.
다 큰 어른에게도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생깁니다.
의전을 할 때 자주 실수하는 것이 이벤트 진행 중에 '그분'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그분'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기적으로 '그분'의 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에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배고프지 않아?", "목마르지 않아?", "화장실 안 가도 될까?"라고 묻고 그들의 불편함을 살핍니다. 의전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세련된 눈빛이 필요하겠지요. 행사장에 참석한 '그분'은 그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말도 행동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때만큼은 '그분'의 눈빛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일급 기밀을 다루는 보안이 필요한 비공개회의가 아니라면, 잠시 행사장에 들어가서 '그분'의 눈빛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반가운 눈빛에 "HELP"가 담겨 있습니다. "HELP"가 담긴 눈빛을 외면하는 것은 성공적인 의전이 될 수 없습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그분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매우 귀찮은 일입니다. 다 큰 어른을 어린이처럼 모시는 것이 적절한가 싶겠지만, 저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그분'은 함부로 일어설 수도, 말할 수도, 이동할 수도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내 몸이 불편한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낫습니다.
제가 '높은 분'을 모실 때, '높은 분'과 함께 식사를 할 때, '높은 분'에게 보고를 할 때 항상 기본적으로 가지는 마음가짐입니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는 몸은 좀 불편하더라도 마음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는 것이 의전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자녀가 기침을 하면서 체온이 38도가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나요? 거의 대부분 회사에 연락하여 일정을 조정하고 자녀와 함께 소아과의원으로 갑니다. 몸은 훨씬 더 고달프지만, 마음이 편한 방향으로 행동을 합니다. 결코 모른척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일을 할 때도, 행사를 준비할 때도 '보고'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면, 뜸을 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은 훨씬 더 고달파지겠지만, 행사 본연의 목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래서 마음이 더 편해지도록 행동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가끔은 육아도 의전처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의전'이란 "그분"의 입장을 짐작하여 "그분"이 "그분"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육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들"의 입장을 짐작하고, "아들"이 "아들"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행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육아'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녀가 '때와 장소'에 따라 해야 할 행동을 잘할 수 있도록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도 육아의 일부라 생각합니다.
눈높이를 맞추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피고, 선호체계를 파악하여 향후 계획과 일정에 반영하는 것은 의전에도 육아에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