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절차
"OOO님, 조사받으러 나오셔야 합니다. 언제가 편하십니까?"
"OOO님, 다음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조사받으러 나오시죠."
핸드폰 벨이 울리고, 낯선 전화번호가 뜹니다. 본인의 소속을 밝힌 경찰관이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느닷없이 벌어진 일이라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어쩌면 예견된 일일 수도 있을 테고요.
누군가의 고소로 갑자기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거나 범죄 피해를 당해 고소를 한 경우, 올바른 대처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형사절차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은 이후에 여러분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말씀드리려고 해요.
※ 구체적으로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사를 받을 경우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후에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절차는 범죄가 발생하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처벌되는지를 보여주는데요. 대체로 경찰 → 검찰 → 법원으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즉, 수사단계와 재판단계로 나눌 수 있죠.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수사가 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가 될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수사기관이 알아야겠죠. 즉, 고소(피해자가 범죄자를 처벌해달라고 하는 의사표시), 고발(제3자가 범죄자를 처벌해달라고 하는 의사표시), 인지(수사기관이 직접 사건을 알게 되어 수사를 개시하는 것), 자수, 신고 등과 같이 수사를 하기 위한 원인이 되는 수사의 단서가 있어야 합니다.
수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찾고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합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나 피의자를 불러서 조사하기도 하고, 증거물을 찾기 위해 압수나 수색을 하기도 하죠.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194조 제1항), 이를 송치라고 합니다. 따라서 경찰단계에서 수사를 마친 사건은 검찰단계로 넘어가게 되죠.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할 때 기소나 불기소 의견을 첨부하지만, 기소 여부의 결정은 검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에 구속되지는 않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경찰단계에서의 수사만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추가로 수사를 한 후에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검사만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데요. 검사는 수사를 한 결과 범죄의 혐의가 충분하고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소를 제기하는데, 이를 기소라고 합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 통상 법원의 공판절차가 시작됩니다.
또한 검사는 공소제기와 함께 약식명령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요. 경찰서에서 조사는 받았지만 법정에 나간 적도 없는데 얼마 후에 벌금을 내라는 문서가 왔다면, 약식명령에 의해 형벌이 내려진 겁니다. 약식절차란 공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칙적으로 서면심리만으로 진행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말합니다. 약식명령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는 범죄여야 하는데요. 이러한 약식절차에 의해 재산형을 과하는 재판을 약식명령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과료는 벌금과 마찬가지인 재산형으로 형벌의 일종입니다. 약식명령으로 내려진 처분은 당연히 전과가 되는 것이죠.
공소의 제기는 검사만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공소의 제기 여부 또한 오로지 검사의 재량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즉, 검사는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불기소라 합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는 공소권 없음, 죄가 안됨, 혐의 없음, 기소유예, 각하, 기소중지, 참고인중지가 있습니다.
공소권 없음: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처럼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
죄가 안됨: 위법성조각사유(정당방위)나 책임조각사유(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는 경우
혐의 없음: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피의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기소유예: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기소를 하지 않는 결정
각하: 고소·고발사건에서 기소를 위한 수사의 필요성이 명백히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소중지: 피의자의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참고인중지: 참고인의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가고 공판절차가 시작됩니다. 형사사건에서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 법원이 행하는 재판을 공판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요. 이때부터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신분도 바뀌게 됩니다.
공판절차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검사가 공소사실(범죄사실), 죄명 등을 진술하면,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데요. 이때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백을 하거나 무죄를 주장하며 부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듣고 재판장이 쟁점을 정리해 앞으로의 증거조사 방향 등을 정하게 되죠. 증거조사를 하면서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검사, 변호인, 피고인 순으로 최종 변론을 하고, 변론을 종결한 후에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