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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Apr 17. 2020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바라본 이혼의 현실

요즘 핫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불륜을 소재로 한 막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김희애님의 연기와 패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전개가 빨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지선우(김희애)는 바람피운 남편(이태오)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하죠. 이혼을 결심한 지선우!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면 지선우의 뜻대로 될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



이혼 소송을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


지선우가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극 중에서 변호사는 불륜의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죠. 그러면서 성관계 동영상이나 사진이 있어야 하는 듯이 말합니다. (물론 확실한 증거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간통의 증거까지는 필요치 않습니다. 과거 간통은 성관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 형사처벌이 되었지만, 현재는 간통죄가 폐지됐죠.


민법 제840조 제1호 소정의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되고, 부정한 행위인지 여부는 각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므68 판결 등 참조).


이게 다 증거인데 (출처 : JTBC)


배우자와 상간자의 연인 관계처럼 보이는 대화 내용(카카오톡 메시지, 문자 등), 연인과 다름없는 모습이 찍힌 사진 등으로도 상대방의 외도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해서는 안 되겠죠. 드라마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 언급을 하더라고요. 흥신소나 위치추적기를 다는 건 안된다면서요.



맞바람을 피운 지선우는 유책배우자인가?


지선우는 남편의 친구와 맞바람을 피우는데요.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다고 맞바람을 피운다면 쌍방 유책이 됩니다. 유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 법이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맞바람을 피운 지선우에게도 유책이 있지만, 남편 역시 유책배우자이므로 이혼 청구가 가능합니다.


쌍방 유책의 경우 위자료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유책의 경중을 따져 어느 일방의 유책이 다른 일방의 유책보다 더 큰 경우에는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하죠.



상간녀와 남편을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와 그 상간자를 상대로는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인데요. 부정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지선우는 여다경뿐만 아니라 남편인 이태오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을 하는 것도 가능하죠. 위자료 청구를 하는 데 있어 반드시 이혼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게 완벽한 줄 알았던 지선우 (출처 : JTBC)



남편 이태오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을까?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지선우는 자신의 인생에서 이태오만 도려내기를 원합니다.


"내 아들, 내 집, 내 인생 뭐가 됐든 내 것 중에 그 어떤 것도 절대 손해 볼 수 없어요. 이태오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겁니다."


저는 지선우의 이 대사가 뇌리에 박히더라고요. 실제로 이혼을 하는 경우 제일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재산분할'입니다. 가끔 보면 상대방이 잘못을 해서 이혼하는 것이니 재산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재산분할제도의 주된 목적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이니까요.


혼인 중에 형성하거나 증액된 재산에 대해 어느 정도로 기여를 했느냐가 재산분할의 핵심입니다. 법원은 혼인 기간, 재산의 형성 경위 및 그 형성·유지에 대한 부부의 기여도, 부부의 나이와 직업, 재산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하는데요. "네가 의사 수련의 하는 동안 아이는 내가 봤으니 내 몫도 있다."는 이태오의 말은 법원에서 참작할 수 있는 주장이 될 테지요.



이태오에게 아들을 볼 권리는 없는 건가?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아들을 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합니다. 남편과 이혼한 후에 아들을 자신이 키우겠다는 것인데요. 그럼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상대방은 아무런 권리가 없는 걸까요?


이혼할 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누가 자녀를 양육하고, 양육비는 얼마를 지급할 것이며, 면접교섭권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사항입니다.


양육권은 자녀를 위해서 누가 양육을 하는 게 가장 최선인지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보통은 엄마가 우선하는데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녀의 의사도 중요하게 고려하죠. 지선우의 아들이 끝까지 아빠와 살겠다고 한다면 법원에서는 이를 충분히 고려할 겁니다. (그래서 극 중에서 지선우가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게 아닐까 싶네요.)


이런 행동은 양육권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요. (출처 : JTBC)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고, 자녀를 만날 권리인 면접교섭권을 갖게 되는데요. 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배제·변경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3항). 지선우가 양육권을 갖게 되더라도 이태오의 면접교섭권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극 중에서 이태오와 아들의 관계는 아주 좋아 보이고, 외도 자체를 면접교섭권을 배제하는 사유로 보기는 힘들거든요.


이혼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과 자녀 사이의 관계마저 단절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면접교섭권은 자녀의 권리이기도 하니까요.





<부부의 세계>를 통해 이혼 쟁점을 간략하게 살펴봤는데요. 드라마에서 보이는 단편적인 부분만으로 살펴본 것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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