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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Mar 19. 2020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 무고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으면 무고죄 되는 거 아니에요? 


성폭력 피해자들이 유독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한다면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겠죠. 바로 이 점을 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요.



성폭력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156조,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참조). 쉽게 말하면 거짓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를 해야 성립하는 범죄란 얘기죠. 사실에 기초해서 조금 과장하는 것도 무고죄가 되지 않는데요.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86. 7. 22. 선고 86도582 판결,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참조).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최근 대법원은 성폭행 고소에 관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위와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했는데요. 성폭력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으면 무고죄가 되는 거 아니냐는 피해자들의 물음에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실대로 말했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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