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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Mar 03. 2021

글쓰기의 영감을 주는 신문 읽기

※ 이 글은 올해 말 출간 예정인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가제)의 일부 내용입니다.



뉴스 기사를 안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열어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요즘 종이 신문을 구독해서 뉴스를 보고 있다. 종이 신문을 읽기 전에는 인터넷 기사를 즐겨봤다. 포털사이트 상단에 올라오는 인기 뉴스 중 눈에 띄는 기사 위주로 골라 읽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클릭에 클릭을 거듭하게 되면서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는 인터넷이 아닌 텔레비전 뉴스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뉴스만 봐야지 하다가도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어느덧 드라마나 예능을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몇 번의 그런 경험 끝에 나는 뉴스 자체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대신 종이 신문을 택했다. 영상보다 글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뉴스를 보다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일을 줄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문 읽는 지식인이라는 꼬리표도 붙이고 싶기도 했다.


내가 신문을 읽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들 묻는다. 이미 인터넷에 다 있는 기사인데 굳이 신문을 따로 볼 필요가 있나요? 나 또한 신문을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인기 뉴스와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가 동시에 시선을 끌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균질하게 기사를 보는 데에 자꾸 방해를 받는다. 물론 종이 신문이 완벽한 건 아니다. 하지만 편식하지 않고 균형감 있게 기사를 보기에는 신문이 적합하다. 그리고 옛날 사람 같다고 웃는 이들도 있겠지만 신문지의 질감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는 재미가 내게는 쏠쏠하다.


나는 판례와 법조계의 동향 등을 알기 위해 법률 신문도 구독하고 있다. 법률 신문을 통해서는 최신 판례와 법률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고, 법조인들이 쓴 칼럼을 보면서는 같이 공감하기도 한다. 법률 신문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만 발행되어 매일 봐야 한다는 부담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다. 종이 신문을 본다 해서 인터넷 기사를 전혀 안 보는 건 아니다. 나는 법률 신문의 메일링 서비스도 신청해서 받아보고 있다.


종이 신문을 중심으로 뉴스 읽기를 하다 보니 이전보다 확실히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최근에는 뉴스 레터식의 구독 서비스도 많이 이용한다. 내가 요즘 즐겨보는 서비스는 뉴닉이다. 뉴닉이 좋은 것은 기사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사 안의 쟁점이 되는 사안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나는 종이 신문, 법률 신문, 인터넷 기사, 메일링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하게 뉴스를 습득한다. 내가 얘기한 매체 말고도 뉴스를 전달해주는 미디어는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뉴스 초급자를 위한 매체부터 고급자를 위한 전문 매체까지 다양하다. 이것들을 다 소화하면 좋겠지만 내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는 것처럼(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신문을 읽는 것을 즐겼다. 그게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신문 읽기로 아침을 시작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엔 신문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두고 뉴스 읽기를 하지는 않는다. 오전에 시간이 나면 읽을 때도 있고 저녁에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신문을 읽을 때도 있다. 급할 때는 표제만 보고 읽어야 할 기사를 스크랩만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종이 신문은 편하다. 즉, 어떤 기사를 눈으로만 읽을지 아니면 스크랩까지 해둘지, 그리고 표제만 보고 넘어 갈지 꼼꼼하게 읽을지 판단하기에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문 한 귀퉁이의 짤막한 기사라도 나에게는 가치 있는 기사일 수 있는데, 이런 걸 발견하기에도 인터넷 뉴스보다 종이 신문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신문 보는데 들이는 시간은 30분 정도가 되는데 가급적 한 시간은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정치나 경제보다는 사회 면과 오피니언 면을 주로 본다. 나는 정치 흐름이나 경제 현상을 살피는 목적보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슨 사건이 이슈가 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저명인사들은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는지를 궁금해하는 편이다. 특히 오피니언은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펼친 글이라 빼놓지 않고 읽는다. 오피니언의 칼럼과 사설을 읽다 보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배우게 된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한다. 사설은 해당 주제에 대한 기승전결이 그야말로 기가 막힌 글이다. 사설만큼 논리 정연한 글도 없다.


사실 신문 기사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건 자체를 단편적으로만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배경 설명이 부족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칼럼이나 사설의 도움을 받는다. 칼럼이나 사설은 어떤 사실에 대한 글쓴이 그리고 신문사의 의견이다. 따라서 칼럼이나 사설은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칼럼이나 오피니언 기사를 읽고서 사건 기사를 읽게 되면 해당 사건의 맥락이 훨씬 잘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때는 칼럼이나 오피니언 작성자의 생각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이 가지를 치기도 한다.


내가 보는 종이 신문의 경우 매주 토요일에 신간을 소개해주는데 이때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토요일자 신문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기획 기사도 꼭 챙겨보려고 한다. 연재형 기획 기사는 신문사에서 취재부터 작성까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경우가 대다수인데 평소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 주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특정 코너의 연재 기사를 이어서 보는 것도 좋은데 내 경우 내가 구독하는 신문은 아니지만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연재를 인터넷으로라도 꼭 찾아서 읽는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워낙 유명해서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찾아서 읽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서는 유명 인사들의 삶의 지혜와 통찰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어떤 동기 부여를 준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기사다.


나는 신문을 읽으면서 글쓰기의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내가 주로 보는 사회 면이나 오피니언 면의 기사들은 글쓰기의 좋은 재료가 된다. 꼼꼼하게 보다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고 거기에서 내 생각이 만들어진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정보성 콘텐츠의 글감 대부분도 신문 읽기를 통해서 얻어진다. 기사를 보면서 쓰고 싶은 주제를 발견하고 이 주제에 대해 법리적으로 어떤 것들을 알아두면 좋은지를 떠올린다. 이런 영감을 주는 기사들은 발견하는 즉시 따로 스크랩해두고 글감을 메모해 둔다. 예를 들어, ‘구하라 법’에 대한 기사를 보고는 '상속 순위'와 '상속 결격'이라는 것에 대해 다루고, 어떤 관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지,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글을 블로그에 썼다.


이렇다 보니 나는 신문을 눈으로만 읽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읽는다. 그래서 언제든 스크랩할 준비를 한다. 신문을 읽다가 스크랩하고 싶은 기사가 나오면 가위로 오려 스케치북에 붙이고 날짜를 적는다. 다시 한번 쭉 읽으면서 밑줄도 긋고 여백에는 기사에 대한 내 생각, 더 공부해야 할 것, 글을 쓴다면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지 짤막하게 메모를 해둔다. 인터넷 기사 역시 스크랩을 하는데, 파일명을 기사 제목, 출처, 날짜로 하고 PDF 파일로 저장한다. 좀 더 자세히 보고 나중에 글쓰기로 활용할만한 기사는 A4 크기로 프린트를 해서 20공 바인더에 철해 둔다. 마찬가지로 밑줄을 긋고 메모도 해둔다. 기사를 스크랩하고 활용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최첨단 시대에 올드한 방식이라 웃을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방식이 익숙하고 좋다.


그리고 신문을 볼 때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신문이 현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중요하니 한번 더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가 신문을 통해 만나는 세상은 결국 신문사에 의해 편집된 세상이다. 나는 《신문 읽기의 혁명》이란 책을 읽고 맹목적인 신문 읽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문사의 편집된 기사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아직은 내가 그 정도의 혜안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신문 읽기를 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기준이 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신문 읽기가 익숙해지면 신문만큼 재미있는 읽을거리도 없다.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상상력의 대부분은 신문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에는 세상 이야기, 사람 이야기, 경영 이야기, 문학 이야기 등 모든 게 담겨 있다.”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반드시 신문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소비할 필요도 없다. 대신 정보를 소비하고 흘러가게만 두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누구나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정보를 통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이다. 나는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인터넷 대신 종이 신문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나만의 언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잘 쓰여진 글을 많이 읽고 영감을 받는 게 중요하다. 블로그 등으로 글을 쓰기 전에는 인풋에만 신경을 썼다. 나 혼자 정보를 수집하고 쌓아 두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아웃풋을 염두에 두고 신문을 읽는다. 신문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면 모든 기사가 글감으로 치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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