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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혜정 변호사 Sep 01. 2021

하정우가 법정에 간 이유

최근 배우 하정우 씨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혐의 내용은 2019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수면 마취가 필요 없는 피부과 시술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지인의 이름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허위기재하는데 공모했다는 건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했다는 기사를 보고, ‘하정우 벌금 받은 거 아니었나’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계실 테죠. 하정우 씨 자신도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었죠. 그런데 왜 재판을 받게 된 걸까요.


하정우 사건을 토대로 형사 절차를 간략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형사 절차는 수사단계와 재판단계로 이루어지고, 대체로 경찰 → 검찰 → 법원으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수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찾고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합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나 피의자를 불러서 조사하기도 하고, 증거물을 찾기 위해 압수나 수색을 하기도 하죠.


경찰은 수사한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사건을 검찰로 보내고(송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불송치 결정을 합니다.


검사의 처분 종류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충분하고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소를 제기하는데, 이를 ‘기소’라고 합니다. 기소는 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공소의 제기 여부는 오로지 검사의 재량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즉, 검사는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를 ‘불기소’라고 합니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는 공소권 없음, 죄가 안됨, 혐의 없음, 기소유예, 각하, 기소중지, 참고인중지가 있습니다.

공소권 없음: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처럼 소송조건이 결여된 경우

죄가 안됨: 위법성조각사유(정당방위)나 책임조각사유(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는 경우

혐의 없음: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피의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기소유예: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여 기소를 하지 않는 결정

각하: 고소·고발사건에서 기소를 위한 수사의 필요성이 명백히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소중지: 피의자의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참고인중지: 참고인의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



구약식은 뭐고 구공판은 뭐지?

검사는 기소라는 행위로 법원에 재판을 청구합니다. 이때 재판은 정식절차에 의한 재판과 약식절차에 의한 재판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약식절차에 의한 재판은 정식으로 재판을 열지 않고 서면심리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벌금, 과료, 몰수에 처할 수 있는 사건이 그 대상입니다.


구약식: 약식명령을 구(求)하다

구공판: 정식재판(공판)을 구(求)하다


약식명령을 청구받은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서류와 증거물을 기초로 서면심리를 하고, 약식명령이 적당하다면 법원은 약식명령을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할 수 없거나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판절차에 따라 심판합니다(형사소송법 제450조). 하정우 사건이 이 경우로 법원은 해당 사건이 약식명령에 적당하지 않다고 보고 정식 재판 절차에 회부한 것이죠.


재판에서는 무엇을 할까?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공판절차가 시작됩니다.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행하는 재판을 공판(公判)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요. 이때부터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신분도 바뀝니다. 


공판절차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검사가 공소사실(범죄사실), 죄명 등을 진술하면,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데요. 이를 듣고 재판장이 쟁점을 정리해 앞으로의 증거조사 방향 등을 정하게 됩니다. 증거조사를 하면서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검사, 변호인, 피고인 순으로 최종 변론을 하고, 변론을 종결한 후에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합니다.


검사의 구형은 법원을 구속할까?

하정우 사건에서 검사는 약식명령을 청구했던 그대로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검사의 구형은 피고인이 받아야 할 형이 어떤 것인지를 밝힌 의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판사는 검사의 구형을 참고할 뿐이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피고인이 받게 되는 형은 판사의 '선고형'이 되겠죠.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한다면 재판이 한두 번으로 끝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긴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하정우 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증거에 모두 동의해서 1회의 재판으로 변론은 종결됐습니다. 마지막 선고(9월 14일)만을 앞두고 있는데요. 검사의 구형대로 벌금형에 그칠지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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