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과정은 사람의 사고를 성장시킨다. 페이스북에 올릴 게시물을 쓰는 일과 책 집필은 다르다. 한 주제에 대해 긴 글을 쓰려면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하고, 다방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생긴다. 저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를 종합적으로 살피게 되며, 자기가 던지려는 메시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비판할지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주장이나 자기 자신 역시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런 성장과 변화를 의미한다.
-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내가 쓴 책이 세상 밖을 나온 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막연하게 내 이름으로 된 법률서적 한 권은 쓰고 싶었다. 에세이는 전혀 예상에 없었다.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책’이라는 생각,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된다는 생각이 나를 쓰게 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주제인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또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고도 말하고 싶었다. 변호사가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책임감과 중압감을 가지고 일하는지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관건은 내 안의 이야기를 얼마만큼 끄집어낼 수 있는지였다. 편집자님과 문서를 주고받으며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고,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고심했다.
“이 말이 좀 건방져 보이지는 않을까요.”
“제 의도와는 다르게 읽히면 어쩌죠?”
...
명색이 글쓰기 책인데 그것도 변호사라는 직을 내세운 책이라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중간에 관둘까란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책을 쓰기 시작하고 1년 반 만에야 초록 빛깔의 책을 만져볼 수 있었다. 한 주제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이토록 오래도록 사유한 적이 있었나 싶다. 처음 걱정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일단 결과물이 나왔다는 생각에 마냥 기뻤다. 걱정보다는 설렘이 컸다.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았다.
책을 출간하고 양가감정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어떤 날은 베스트셀러였으면 했고 또 어느 날은 그냥 이대로 묻히는 책이었으면 했다. 새로운 습관도 생겼다. 매일 내 책의 후기를 찾아보는 일이다.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는 후기는 단비와 다름없다. 책을 읽고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에게는 일일이 찾아가 마음을 담아 하트를 눌렀다. 혹평의 글도 몇 번 만났다. 생각은 다르니 겸허히 받아들였다.
누군가의 공개된 인터넷 책장에 내 책이 담겨있는 것도 봤다. 책장의 이름은 ‘쓰레기’였다. 상처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내 책이 누군가에겐 쓰레기일 수 있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애써 마음을 다잡았지만 당시에는 충격을 좀 받았다. 책 안에는 내 일과 그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데 마치 내 삶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열심히 고생하면서 쓴 책이니까 적어도 쓰레기까지는 아닐 거라고 자부했던 내 생각이 초라해졌다.
책 쓰기가 쉬워졌다고들 한다. 책 한 권 쓰는데 두 달이면 충분하다는 문구도 본 듯하다. 글쎄, 온종일 책 쓰는데 매달린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장강명 작가는 단지 자신의 이름으로 쓴 책이 있다고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책을 쓰는 과정에서의 성장과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작가가 되려면 지난한 책 쓰기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책에 대한 반응도 감당해야 한다. 찬사만이 가득한 완벽한 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또 쓰고 싶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할 수 있다. 기회만 된다면 계속 쓰는 사람이고 싶다. 책을 쓰고 난 이후보다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의 작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