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감정이 물 흐르듯이 계속 되기를 바라는 이러한 완벽주의 사고방식은 많은 불행을 야기한다."
- 탈 벤 샤하르 <완벽주의자를 위한 행복수업>
요즘은 고민이 없는 것이 고민이다. 이 문장을 쓰고 나서 소리 내어 다시 읽어본다. 뭐 이런 해괴한 말이 있을까. 하지만 분명 사실이다. 나는 요새 별다른 고민이 없고, 그것이 고민이다.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나의 일상은 어느 때보다도 규칙적이고 안정적이다. 언젠가 20대 때 내가 바랐던 평온함을 누리고 있다. 몸은 점점 더 건강해지고 있다.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근육도 제법 붙고 체력도 늘었다. 일도 그럭저럭 할만 하다. 제법 합이 맞는 동료들이 있고 적당한 성취감도 느낀다. 외롭지도 않다. 결혼을 불행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 내게는 더 행복하게 여겨진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산다.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아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았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완벽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글쓰기가 예전처럼 즐겁지 않다는 것, 호기심이 적어졌다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줄어드는 것,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그런 것들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삶의 발목을 붙잡지는 않는다.
바랄 것이 없는 삶. 이것은 부처를 비롯하여 수많은 정신적 스승들이 말해온 올바른 삶이 아닌가. 하지만 한낱 평범한 인간인 나에게는 잠시 찾아온 평온함도 길고 긴 권태처럼 느껴진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하더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 조건적으로 저는 운이 너무 좋은 사람고요. 다만 제가 행복을 느끼는 것도 재능이잖아요. 그런 재능이 저한테는 적은 건 사실이에요." 자신이 '행복 불감증'이라고 말한 것이었는데 그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내가 20대 때 바라야 했던 건, 안정적인 환경과 동시에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능력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내게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을 더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감각을 다시 되찾는 일, 그리고 낯설고 새로운 환경으로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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