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은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직을 이루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다릅니다.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이 두 가지 영역에서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먼저, 업무의 상하 관계에서 오는 힘입니다. 업무적인 지시를 받는 경우 상사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처음부터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무조건 나의 생각을 상사에게 관철시키기 보다는, 알겠다고 하는 것이 갈등을 피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상사의 지시가 매우 부당하지 않은 선이라면, 일단 알겠다고 하는 게 좋습니다. 고민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부당한 지시 사안이라면, 이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반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상사의 제안이나 지시를 완전히 승낙하였다는 것보다는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저는 일할 때 제 책상에 모두 펼쳐놓는 편입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 책상이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1년 차 변호사일 때 한번은 우연히 대표님이 제 책상을 보시고, 깨끗하게 치우고 일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좋게 말씀하신 적도 있습니다. 그때 저의 대답은 “네.”였습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이렇게 펼쳐놓아야 일하는 것 같다.”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굳이 처음부터 제 생각을 드러내어 어색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무조건 내 생각을 굽히고 들어가라는 게 아닙니다.
둘째, 책임의 소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직적 또는 수평적 관계에서 모두 작용하는 힘입니다. 우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사무를 처리했다면, 그 결과가 설령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저와 같이 의뢰인 등을 상대하는 현장에서 전문가나 실무자의 조언을 벗어난 업무의 처리를 요청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이를 요청한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봅니다.
물론, 그와 같은 상황에서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지만, 그런데도 우기고 우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그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요청이나 제안을 수락하기 전에 그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했다면 이미 책임의 소재가 넘어가는 명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저에게,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라고 비판하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의 이야기는 다분히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저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부당한 지시는 당연히 이를 받아들일 필요도 없겠지만, 안전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더욱이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숙고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주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결국에는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 보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