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신고한 부모님, 딸의 비밀을 알게 되다
부모님이 딸의 학교폭력 피해를 신고했다.
고1인 딸이 최근 여기저기 아프다며 지각과 조퇴를 자주 하더니 오늘은 아예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반 친구들이 자기를 멀리 하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부모님은 딸이 학교에 가지 못할 정도로 따돌림을 당한 것이라며, 관련된 아이들을 반드시 처벌(정확한 표현은 교육장의 행정처분인 선도조치지만, 학부모님들은 형사사건에서처럼 ‘처벌’이라는 다소 격한 표현을 자주 쓰신다)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말은 달랐다. 오히려 본인들이 여학생을 학교에서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없고, 지각이나 조퇴를 한 이유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대화하는 시간이 줄었고, 최근에는 집이나 학교 밖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이들을 면담한 선생님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여학생과 단짝이었던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따로 찾아와 무언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다음 날, 학교로 방문한 여학생의 부모님은 강경한 어투로 다시 한번 아이들의 ‘처벌’을 이야기했다. 교육청까지 가야 딸이 학교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줄곧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선생님이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00이 아버님 어머님, 혹시 00이 페이스북 본 적 있으세요?”
역시나 어리둥절한 표정의 부모님.
선생님은 휴대폰을 꺼내 여학생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 보여주었다.
딸이 체육복을 입고 여러 가지 동작으로 춤을 추는 영상, 거리에서 노래하는 영상들이 가득했다. ‘좋아요’를 많이 받은 것들도 있었다.
여학생의 꿈은 가수였다. 춤과 노래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되는 것도, 먹고사는 것도 어려운 가수가 되겠다는 건 황당한 이야기라는 반응이었다. 여학생의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었고,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컸다. 여학생도 부모님을 사랑했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같은 마음이 엇갈려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댄스팀에 가입해서 춤을 배웠다고 해요, 노래도 연습하고. 이번에 공연이 잡혀서 학교를 아예 빠져야 하는데, 다급해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답니다. 그동안 아프다고 조퇴한 적이 많아서 또 아프다고 하면 부모님이 안 믿어 주실 것 같았다고요.”
딸의 비밀(?)을 알게 된 부모님은 말없이 딸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다음 날, 여학생의 따돌림 사안은 학교폭력이 아닌, 오인신고로 종결되었다.
여학생은 여전히 가끔 조퇴와 결석을 했다. 이제는 진로 체험학습을 위한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여학생의 페이스북 동영상에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
여학생이 정말 가수가 될지, 지금의 노력이 한 때의 열정으로 끝날지는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건, 여학생은 지금 좋아하는 일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정말 빛난다. 여학생의 반짝이는 현재를 응원하는 것,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