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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씨 Jun 20. 2024

단펨에 있었을 뿐인데

SNS 채팅방의 위험성

만물이 소생하는 3월, 중1 남학생 A는 신입생이 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활달한 성격에 친구 사귀기도 좋아하는 A는 중학교를 배정받자마자 같은 신입생들이 모이는 SNS 채팅방을 찾아 활발히 대화를 주고받았다. 같은 초등학교 출신 친구들은 반가웠고, 처음 보는 친구들은 새로웠다. A와 신입생들은 그렇게 며칠간 자기소개와 학교에 관한 정보, 잡담 등을 계속했다. 


입학식을 며칠 앞둔 날, 신입생 B가 채팅방에 사진을 올렸다. 새 교복을 입고 조금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며칠간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아이들은 사진 속 친구의 모습을 칭찬하기도, 교복에 관해 질문하기도 했다. 그러다 조금 짓궂고 농담을 잘하던 C가 ‘왜 이리 가오를 잡고 찍었어ㅋㅋㅋ’라며 사진 속 아이를 놀렸다. 그러자 A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그러게ㅋㅋㅋ’라고 동조하거나 호응했다. 그동안 나눴던 다른 농담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B의 생각은 달랐다. 사진 속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자랑도 하고 칭찬도 받고 싶어서 올린 것인데, ‘가오를 잡았다’는 말을 들으니 당황스럽고 기분이 나빴다. 

B는 C에게 ‘왜 시비를 거냐’며 따졌고, C는 B에게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인데 왜 화를 내냐’며 말다툼을 했다. 서로 욕설도 주고받았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도 하고 그만 하라며 말리기도 했다. 가만히 있는 아이들도 있고, 각자 하던 대화를 계속하기도 했다. ‘ㅋㅋㅋㅋㅋ’라며 의미 없는 웃음을 날리는 아이도 있었다. 


화가 난 B가 선언했다. “너네 다 신고할 거야!”


결국 채팅방에 있던 아이들은 입학하기도 전에 학교폭력 관련학생이 되었다. 


이후 부모님들의 노력으로 화해가 이루어져 사안이 오인신고로 처리되어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지만, 입학하기도 전에 학교폭력 가, 피해자가 생길 뻔한 사건이었다. 


SNS 소통은 편리하지만 위험하다.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도도, 내 의도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장난이었어도 상대방은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게임 채팅처럼 서로 욕설을 주고받는 일도 흔하지만, 말과는 달리 기록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심한 경우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채팅방 캡처사진이 퍼지기도 한다.


따라서 단펨(단체 페이스북 대화방) 등 SNS 채팅방에서 다툼이 발생하면 동조하거나 어느 한쪽 편을 들지 말고 교사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커지기 전에 막으면 별 일 아니지만, 커진 뒤에는 채팅방에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신고를 당하거나 조사를 받기도 한다. 싸움 구경은 결코 재미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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