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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씨 Aug 08. 2024

모두 다른 말을 한다고 해도

집단폭행 가해학생들의 거짓말이 탄로나다

시험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기다리던 눈 내리는 밤, 고1 남, 여학생 5명이 고1 여학생 1명을 집단폭행했다. ‘우리를 무시한다’, ‘너무 나대고 다닌다’라는 게 이유였다. ‘신고하면 가만 안 두겠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피해학생은 보복이 두려워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고 끙끙 앓다가, 부모님의 추궁으로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온몸에 피멍이 들어 상해 진단을 받았고, 정신과 진료도 받아야 했다.  피해학생의 부모님은 5명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가해학생들은 폭행 당일 ‘만약 본 사람도 없고 증거도 없으니 신고하더라도 모르는 척 하자’고 말을 맞춰 둔 상태였다. 그 말대로였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었고,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가해학생들의 믿음과는 달리 증거는 있었다. 가해학생들 스스로의 진술 그 자체였다.


5명은 각각 학교가 달랐다. 2명은 A고, 다른 2명은 B고, 나머지 1명은 C고였다. 이들은 평소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고, 가끔 학교 밖에서 만나면 어울리다가 헤어지는 정도였다. 겨울 방학이 되자 만날 일은 더 적어졌고,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폭력 신고가 되자 A고 학생 2명은 진술서에 ‘지나가다가 피해학생이 누군가와 싸지 뜨는(싸우는) 것을 보고 5명이 같이 구경했다’고 썼고, B고 학생 2명은 ‘A고 학생 2명이 싸움을 구경하자고 불렀지만 가지 않았다’고 썼다. 설상가상으로 C고 학생 1명은 방학 동안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간 후 ‘모르는 척 하자’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 별생각 없이 '5명이 여학생 1명을 때렸다'며 있었던 일 그대로 진술서를 썼다.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는 말을 맞춰 똑같이 진술서를 썼지만, 평소 연락하지 않는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는 말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결국 가해학생들 스스로의 진술로 집단폭력은 사실로 밝혀졌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되어 중한 조치를 받았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학교폭력 선도 교육 조치를 통해 변화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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