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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Mar 27. 2019

[세금과인생] 161 앞으로의 시대는 형평성이다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2008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세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그동안 쌓인 글들이 현재 2,884개나 되었다. 그 중의 절반 이상을 최근에 비공개로 돌려놨다. 그러다 보니 네이버 블로그는 예전에 쓴 글을 다시 공유하라는 서비스문구가 날마다 뜬다. 어제는 7개나 뜨더니 오늘은 3개가 뜬다. 그 중의 하나가 "고착화된 세무공무원들의 뇌물 사건"이다. 열어 보니 내가 예전에 이런 글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문체를 보면 내가 쓴 글은 맞다. '4년 전 오늘'이라고 하니 2015년 3월 27일자 글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변하지 않는 듯 하다. 






조직의 힘인지 개인의 힘인지 구별을 하지 못하는 세무공무원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조사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대다수다. 오늘 언론에는 KT&G 세무조사를 살살 해준다는 명목으로 억대의 뇌물을 받아 조사팀 6명이 모두 나눠가졌다는 보도다. 며칠 전에도 성형외과 세무조사 로비 명목으로 세무사가 돈을 받아 세무공무원들에게 나눠줬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니 규제가 돈이다. 국세청에서도 조사국을 선호한다.


조사국에서도 범칙조사를 하는 4국 보다는 대기업을 전담하는 1국, 그보다 낮은 기업을 전담하는 2국, 그리고 개인 증여, 상


속세 조사를 하는 3국 순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상속 증여를 전담하는 3국을 더 선호한다. 칼자루보다 칼끝이 날카로우니 사업자는 세무공무원에게 을이 될 수밖에 없고, 만일 돈을 당연히 사교적 의례의 떡값으로 받는 뇌물공무원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 아마 그는 이런 말로 겁을 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안 놔두겠다.'


'조져 버리겠다.'


그들에게 법리를 따지고 규제보다 구제를 하자고 하면 술 맛 떨어진다고 쫓아낼 것이다. 그런 말들은 순진한 소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2년차 때였다.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검찰시보를 하고 있었다. 당시 관할 세무서장 한 분이 여러 번 찾아오셨다. 올때마다 부장검사님을 기다리는 동안 수사계장님과 대화를 재미있게 나누곤 하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대로 인용하기는 그렇지만 한마디로 직원들을 관리하는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직원들 사건으로 서장이 부장검사실에 들어와 읍소하는 게 그의 직무 중 하나였다. 국세청 직원이 2만명이 넘고 경찰 직원들은 10만명이 넘는다. 그러니 별의 별 사건이 다 생길 수 밖에 없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표현 그대로다. 그래서 그런지 국세청은 상당히 변화를 잘 한다. 국세청장마다 새로 부임하면 항상 첫 일성이 국세청의 개혁이다. 실제 국세청 조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1997년 지역담당제를 폐지하면서 부터 지금까지 국세청은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세행정시스템은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선진 세정을 자랑할만 하다. 하나의 목표가 하달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순발력있게 대응한다. 행정부처 공무원들을 모아서 교육을 시켜보면 국세청 직원들이 항상 1등을 한다고 한다. 머리도 좋고 일도 잘하고 능력도 좋다. 몇 만명의 사람들 속에서 승진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능력있고 눈치도 빨라야 한다. 9급으로 들어와 5급이 되기까지 32년 이상 걸리고 그것도 전체 직원의 5%도 안 되는 확률이다 보니 5급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별 거 아니네 하지만 대단히 높은 직급이라고 보면 된다. 국세청이나 경찰같이 직원이 많은 조직은 직원들이 조직을 끌고 간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관리(官吏)에서 관(官)이 되는 것은 높은 직급이고 행정실무를 사실상 결정하고 리드한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면 봐주고 모르면 칼같이 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고, 눈치빠르고 재주있는 이들은 자신의 힘을 돈으로 바꿔 실리를 챙기기도 한다. 세상사에 사람들끼리 오고가는 정이 없을 리 없지만 그래도 공직자가 금해야 할 것은 형평성을 깨트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에 따라 결론이 틀려지거나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에 따라 결론이 틀려지면 안 된다.


앞으로의 시대는 형평성이다. 이게 돼야 진정한 법치국가가 된다고 본다. 사람에 따라 누구는 블랙리스트가 되어 두 번이나 구속시키고 누구는 체크리스트가 된다면 형평성이 무너진 거다. 법치국가가 되는 게 참 어렵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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