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속세 폐지하자는 기사가 부쩍 눈에 띄인다. 재벌 3세에서 4세로 넘어가는 길목이라서 언론을 이용하여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고, 진짜 상속세가 너무하다는 볼멘 소리도 있다. 특히 상속세 내다 보면 기업승계가 안 되서 회사 문 닫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직원들을 내 보내야 하니 결국 고용창출면에서 국가가 오히려 더 손해다는 논리를 강조한다. 세율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높고, 상속세 무서워서 부자들이 외국으로 이민가기 때문에 부가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언론들이 요즘 이런 기사를 쓰는 게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일관성을 가진 언론이 우리나라에 있나 싶다. 필요에 따라 광고주의 입김에 따라 기사를 쓰는 일이 없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청 조사국에 갔다 왔다. 상속세 조사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가산세를 부과받지 않는데 목적을 뒀다. 신고불성실가산세만 해도 세액의 20%다. 본세가 10억 원이면 가산세만 2억 원이 넘는다. 20억 원이면 4억 원이다. 상속세 신고는 조사결정세목이다. 신고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 세무조사하여 세액을 결정해줘야 한다. 그러니 상속세 신고는 세무조사가 필수다. 다행히 깔끔하게 신고하였고 상속재산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조사국이 아니라 세무서에 위임하여 결정하기도 한다. 조사국보다는 세무서 조사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만큼 편하게 종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국은 샅샅이 뒤진다. 조금이라도 상속재산을 숨겼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어떻게든 세금을 받아내려 하고 납세자는 어떻게든 세금을 내고 싶지 않지만 내가 볼때 국가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니 최대한 제대로 신고하고 가산세를 맞지 않아야 한다.
국가 입장에선 납세자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호주머니에 들어간 자기 돈을 누가 선뜻 내놓겠는가. 이러한 심리를 너무 잘 안다. 그러니 살아생전에 내야 할 세금들을 제대로 다 내지 않았다고 믿는 거다. 안내고 숨겨버리면 쫓아다닐 방법이 없다. 누가 제보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2만명의 인력으로 우리나라 세정행정을 다 카버하기도 벅차다. 세무조사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신고서류를 일일이 분석해도 세금탈루 사실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그러니 탈세제보를 장려할 수밖에 없다. 포상금도 40억까지 올렸다. 국세청이 눈에 불을 켜고 일일이 납세자들을 쫓아다닐 수 없다. 세금 그물망을 너무 촘촘히 짜놔도 조세저항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니 빠져나갈 구멍까지 막지는 않는다. 그래도 되는 이유는 죽음의 길목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살아 생전에 세금을 빼먹은 만큼 재산은 불어나기 마련이다. 그 재산이 상속재산이 된다. 그러니 국세청은 죽음의 길목에서 상속세로 다 훝어 버리면 된다.
상속세를 내야 할 상속재산이 있는 피상속인이 상속세 길목을 벗어나기 힘들다. 왜냐하면 상속재산이 현금으로만 가지고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어느 부자에게 물어봐도 부동산이 정직하다는 말을 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어느 자산가는 사업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미친 놈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부동산이 해외에 있는 게 아니라 국내에 있기 때문에 이건 숨길 수도 없다. 그래서 국가는 평가를 해년마다 높여서 상속세를 더 거둘려고 한다. 공시지가를 높여버리든지 유사매매사례가액이라는 시가 개념을 새로 만들어내든지 해서 어떻게든 상속재산평가를 높이고자 한다. 동산으로 가지고 있는 거야 확인이 안 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다. 상속인들에게 금을 아무리 많이 물려줘도 언젠가 이를 돈으로 환가해야 할 때가 온다. 상속인들이 금을 가지고 부동산을 사거나 공부상 등록되는 재산을 취득할 때는 자금출처조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옛날처럼 전산망도 없고 수기로 하던 때에는 얼마든지 세금을 빼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전산이 잘 돼 있고 모든 거래행위가 전산으로 기록이 되고 흔적으로 남기 때문에 국세청 전산에는 별의 별 내용이 다 기록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하다못해 가족관계도를 국세청 전산으로 확인하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만큼 특수관계자들을 치밀하게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러한 이유는 세금을 확실히 거두기 위해서다. 깡패두목이 자신의 영역에서 돈을 번 이들이 상납을 제대로 안하면 기분이 안 좋듯이 국가도 자기 영역에서 소득이 생긴 이들이 국가에 제대로 정해진 비율의 돈을 내지 않으면 성질 나는 것이다. 다른 외국은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도 많고 상속세가 있어도 상속세율이 적고, 상속세 과세가액 한도가 높아 태반의 사람들이 상속세를 안 내도 된다고 비교를 한다. 좋은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상속세율도 높고 상속세가 과세되는 상속재산가액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납세자는 불리하고 국가는 유리하다는 의미다. 그럼 국가가 스스로 자기 유리한 것을 포기하려 할까? 상속세율을 높이기가 그렇게 힘들어 야금야금 공시지가를 높이거나 평가가액을 높이는 방법으로 어떻게든 세금을 더 거두려고 하고 있는 판에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국가에 먹혀들까 싶다.
설령 폐지를 생각한다 해도 그동안 착실하게 상속세를 낸 납세자들과 형평성이 문제된다. 국가는 죽음의 길목을 지키는 걸로 세금을 거두는 그물체계를 만들어 놨다. 상속세 폐지는 이 그물체계를 아예 다 교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대안을 내놓고 주장하는 기사는 하나도 못봤다. 단지 폐지하자는 주장밖에. 세금은 전체 쳬계가 짜여져 있다. 상속세 폐지를 하려면 세금체계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시스템이 워낙 치밀하게 잘 돼있어 납세자가 생전에 세금을 떼먹을 일이 없어졌다고 주장을 해야 하고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국가 스스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상속세율을 낮추는 일도 없을 것이다. 돈이 더 들어오기를 원하지 덜 들어오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없듯이 사람이나 국가나 본능이 똑같다. 게다가 상속세도 얼마든지 빼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 판에 더더욱 폐지하기 힘들다. 현실은 현실이다. 상속재산을 받았다고 좋아라 했더니 상속세로 가진 현금을 다 내고 나면 부동산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은행 지점장들이 노인들을 극진히 우대하면 금융기관에 예금을 많이 맡기는데 그게 국가 입장에선 씩 웃을 수밖에 없다. 은행이 위해주는 데는 다 자기들 이익을 위한 거지 납세자 위하는 게 아니다. 일단 이런 부분부터 잘 정리하는 게 상속세를 적게 내는 거다. 세법은 알고 모르고 차이가 분명 있다. 절세는 거기서 시작된다. 상속세는 신고를 잘 하는 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