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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Jul 19. 2019

세금과인생] 상담해주고픈 납세자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세금과인생] 상담해주고픈 납세자

60대 중반의 남자가 지방 멀리서 세금상담하고자 일부러 사무실에 전날 예약하고 찾아오셨다. 세금 상담하면서 많은 분들을 뵈었지만 오늘 같은 분은 처음이었다. 어려운 일을 겪고서도 미소를 머금고 웃는 얼굴이었다. 억울한지 여부와 구제받을 길이 있는지 여부를 상담받고 싶어하였다. MBC 문화특강 '돈과인생 그리고 세금' 주제로 강연한 방송을 우연히 보고 이름 석자를 적어놨다고 하였다. '규제에서 획 하나만 빼면 구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상담결과는 억울한 세금이 아니라서 구제받을 길이 없었다.

"어쩔 수 없죠. 제가 법률상식이 없어서 그런 거죠. 나로 인해 발생한 고통이니까 내가 감내해야죠."

6남매나 낳고 임신 6개월차인 아내와  1995년에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애들 많이 낳고 고생했으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이혼해주겠다고 동의해주고 대신 애들은 자신이 키우면서 5년 후에는 다른 여자를 만나 재혼을 하였지만 돈만 밝히고 빚만 늘어나자 더 이상 못살고 이혼하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자 양육권을 전처에게 주고 머리깎고 산으로 들어가 사설암자에서 한동안 살고 있었는데 전처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작년에 듣고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산에서 내려왔다고 하였다. 이혼할 때 전처의 나이 40대 초반이었는데 10년 조금 더 살고 50대 초반에 사망하였다.

"인생이 무상하대요."

"눈 한번 깜빡이면 10년이 가버리대요."

상담료를 안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그러면 안되죠." 하면서 굳이 상담료를 지불하려고 하였다. 결국 일부만 받는 걸로 하였는데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예의를 다해 인사를 하였다.

"언제든지 세금문제가 생기면 전화해주십시요. 하시라도 전화 상담해드리겠습니다."

상담해주고픈 마음이 절로 나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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