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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Sep 05. 2019

[나를 찾아가는 과정] 초가을의 내음

조세전문변호사 고성춘

[나를 찾아가는 과정] 초가을의 내음

사람마다 명이 있는 것 같다. 살다보면 그런 것을 많이 느낀다. 건강과 명은 다른 것 같다.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죽는 걸 보면 그렇다. 골골한 사람이 빨리 죽을 것 같아도 더 오래 살기도 한다. 퇴계 이황이 그랬다.

스님들과 교류하다 보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간혹 듣곤 한다. 아니 이렇게 좋은 데서 산기운 마시고 사는데 왜 그렇게 갑작스런 병이 드느냐 라고 물으면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명은 존재하는가보다. 나도 49세 때 뇌출혈로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그나마 명줄이 길어서 그랬는지 뇌혈관 밖으로 스며나온 피가 금방 다시 먹어서 다행히 그냥 맨정신으로 수술실을 나올 수 있었다. 평소 절밥을 많이 먹었던 덕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 부처님 앞에서 절이라도 열심히 했던 도움을 받는구나 그래서 후유증 없이 살아났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 일을 겪고나서는 더 올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풀잎의 이슬 초로와 같은 인생 뭐를 더 얻겠다고 용을 쓰겠는가. 막상 갑작스럽게 그런 일을 당하면 죽음이 실상 무서운 것이다. 저 멀리 70 ~80 이후에 죽는다는 그런 죽음과는 전혀 차원이 틀리다. 막상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만일 나에게 선택하라면 나는 짧고 굵게 살기보다는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정해진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 단축시키는 어리석음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다. 명을 단축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스트레스다. 굵고 짧게 사는 사람치고 용 안쓰는 사람 없고 결국 용 쓰는 것은 스트레스 결정체다. 바보같이 용쓰다 죽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뽀빠이가 100세 넘은 어른에게 건강비결을 물었다. 오래 살면 돼. 이게 건강비결이었다. 그러지 말고 자세히 가르쳐 주세요. 미운 사람때문에 속상한 일도 있었을 것 아녀요. 냅둬. 지들이 먼저 죽대. 이 말에 가슴이 시원했다. 미운 사람에 속상해서 속이 끓어봐야 나만 손해다. 어차피 미운 놈은 용쓰다 지풀에 먼저 죽게 돼 있다. 미운 놈 먼저 죽는 것 보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하니 인생이 냉정한 것 같다.


새벽 가을문턱에서 가을비에 하나둘씩 맺힌 빗방울이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우리 모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영롱한 삶을 이어나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선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이 아침에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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