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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wyergo Apr 29. 2020

경제적 약자만 당한다 6 - 위장이혼과 사해행위 증가

" 경제적 약자는 경기불황으로 세금을 체납하고 체납자가 되면 처자식의 보금자리인 집을 국가에게 뺏기지 않고자 이혼을 하고 재산분할로 넘기려 하지만 국가는 사해행위라면서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한다. "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하나라도 건져야지 이것마저 없어지면 우리 가정은 산산조각이 돼버린다. 나야 병신 같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내 애기는 무슨 죄가 있어서 아버지 잘못만난 죄로 이 어린나이부터 고통을 받아야하는지 집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해놓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누구에게 이전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아무에게나 해놓을 수 없는 것 아닌가. 남 좋은 일만 시켜버리는 꼴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 해서 투병중인 아버지 어머니에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집사람에게 해놓으면 속이 훤히 보일 것이고…. 그렇지만 제일 믿을 만 한 사람은 집사람 아닌가. 변호사사무장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세금을 안내면 세무서에서 압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세금고지가 있으면 독촉장발부가 있을 것이고 그러면 정리계로 체납인수가 되어 곧 재산에 압류가 들어 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산관리공사로 공매대행을 해서 거기서 공매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근저당권자인 은행이 6,500만원을 가지고 가고, 세무서가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했다. 내 손에 쥐는 돈은 한 푼도 없게 된다. 세금이 한두 푼이 아니지 않는가. 그것도 한 번에 낙찰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한번 유찰할 때마다 공매가가 10%씩 내려가기 때문에 1억2,000만 원짜리가 두세 번 유찰돼버리면 세무서도 세금 한 푼 못 건질 가능성이 있게 된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결국 안을 하나 생각해냈다.



이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산분할로 아파트를 주는 것이다. 위자료로 주면 특정채권자에게만 변제하는 것이 되어 아파트 전체에 대해 사해행위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일처리를 다 하고 난 회사에서 가까운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외관을 작출(作出)하기 위해서이다. 가장이혼이라고 의심을 안 받기 위해서이다. 주민등록을 옮겨놔야 의심을 안 받는다. 집사람과 우리 아기만은 보금자리를 뺏기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한편, 그나마 우리 가족 생존의 유일한 끈인 회사가 구조조정을 한다고 한다. 은근히 나가라고 눈치를 준다. 만일 이 직장 잃어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하다. 내 친구도 벌써 나갔다. 그래서 세금체납사실을 최대한 비밀로 해야만 했다. 만일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 체납되어있고 재산압류를 피하기 위해 이혼까지 했다면 어떤 사장이 그런 직원을 쓸 것인가. 나라도 안 쓸 것이다. 돈에 아쉬운 처지면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사고를 안친다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



어느 날 부장이 불렀다.



“세금체납이 되어 있던데.”



“예?”



놀랐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난 입 뻥긋도 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금체납자는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1년 이상 또는 1년에 3회 이상 500만 원 이상의 체납사실에 대하여 은행연합회에 체납통보를 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된다.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에 기운이 한순간에 빠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뭐라고 말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명퇴금 조금 받고 나왔다. 경력이 일천하니 손에 쥔 돈으로는 장사는커녕 우리 가정 몇 달 꾸리면 거덜 날 판이었다. 



세상이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운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사람으로 산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겨울방학 때에도 도서관에서 새벽같이 나가 치열하게 경쟁만 하면서 살아온 결과가 이것밖에 안된단 말인가. 허무했다. 너무 허무했다. 어째 이런 일이 나 자신이 너무 참담했다. 부끄러웠다. 이럴 줄을 모르고 한때 세상일을 걱정하면서 살았던 모습이 너무너무 병신 같았다. 



몇 개월 동안을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나이도 나이인지라 하늘의 별 따기였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왜 그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은지. 희망이 있어야 되는데 오직 먹고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천지였다. 이제야 세상의 진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진짜 내가 의존할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기 칭얼거리는 순진한 모습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었다. 속으로는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얼굴엔 웃음이 없어진지 오래다. 힘들어지니까 집사람과도 다투게 된다. 그런다 해서 별 뾰족한 대책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져만 간다. 오늘 하루도 이력서가지고 고개 숙여 찾아다니는 내 모습에 내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적금도 깨보고 했지만 세 사람 먹고 사는데 돈은 왜 그리 쑥쑥 빠지는지. 



그런데 집사람으로부터 어느 날 당황한 목소리로 소장부본이 날아왔다고 했다. 요즘은 무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무슨 소리야!”



사해행위를 취소하라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이 나에게 소를 제기한 것이다. 아내에게 아파트를 이전한 게 사해행위라는 것이다. 재산분할비율을 초과한 부분은 사해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성질이 났다. 



‘지독한 놈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까지 꼭 이럴 필요가 있는가.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끝끝내 집 한 채 남은 것도 빼앗아 갈려고 하는가. 도대체 국가가 뭐 때문에 있는 거야.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 아닌가. 세금을 내가 안내고 싶어 안냈나. 나도 선배한테 속아서 명의하나 빌려준 죄밖에 없는데 그것이 얼마나 죽을죄를 지었기에 이렇게까지 우리 가정을 철저히 깨부수려고 하는가. 이제 와서 집마저 날아가면 어디 가서 살란 말인가. 부모가 있나 형제가 있나. 도와줄 형편이 안 되는데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국가가 우리 가족들보고 노숙자가 되란 말과 똑같은 것 아닌가.



아니 신용불량자도 배드뱅크(Bad Bank) IMF 구제금융 이후 개인신용불량자가 급증하여 사회문제로 대두됨으로써 2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총 연체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인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소득증빙이 없어도 신규로 대부하여 기존의 채무를 갚게 하고 신용불량 등록을 해제하는 방식



라는 제도가 있어 갱생의 기회를 주는 판에 세금은 어째 그런 제도도 없더냐. 나 같은 서민에게 세금 매겨 신용불량자로 만들더니 세금 안낸다고 집까지 뺏는다고 저렇게 난리니 금융기관도 저렇게는 안했는데 국가가 더 지독하구만. 와! 더러운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잡을 수 있는 사람만 잡아야지 주가조작 하는 놈은 못 잡고 왜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참담하게 만드는가.‘





결국 소송에서 졌다. 변호사 없이 혼자 하다 보니 힘은 들고 소득도 없었다. 한 번씩 법원에 나갈 때마다 왜 그리 서글프고 서러운지. 세상이 너무 무섭고 냉정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마치 동물세계에서 적자생존(適者生存)해야 살아남는 것처럼 실감났었다. 



결과는 원물반환을 하라는 것이었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죽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잡을 수 있는 사람만 잡아야지 힘없고 백 없는 사람은 왜 잡는지……. 힘 있고 백 있는 사람은 잡지도 못하잖아. 은행 돈 빼먹고 결국은 공적자금까지 투입되게 한 기업가들이 은닉한 재산을 회수했다는 말 별로 못 들어봤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은행에서 6,500만원 주택금융대출을 받아 18평짜리 간신히 마련해놓은 아파트에 세무서로부터 압류가 들어왔다. 세상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또 얼마 있다 자산관리공사로부터 공매예정통지가 왔다. 공매중지해 줄 것을 세무서에 요청을 해봤다. 세무서에서는 분납을 하라고 한다. 처음에 200~300만 원 이상 내라고 했다. 지금 당장 돈을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사채를 얻으러 가봤는데 최소한 월급 받는 게 있어야 그걸 담보로 해서 돈을 빌려준다고 한다. 



그렇게 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돈도 못 구한 채 한 달 이상을 허비해버렸다. 솔직히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면 세상살이 하지 마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젊은 놈이 어디 가서 뭐 취직이라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애기 우유 값도 간신히 대고 있는 판이었다. 



결국 분납약속을 못 지키자 세무서는 공매중지 요청을 하지 않았고 공매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몇 달 뒤 낙찰자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집 빼세요. 〉



사정을 했지만 말이 통할 수가 없었다. 낙찰대금 9000만원이니까 거기다가 1,000만원을 더 붙여서 1억을 내라고 한다. 그게 자기가 봐주는 최대 편의라고 한다. 내 사정이 딱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 돈이 있으면 내가 세금 내버리고 말지.’ 



담배한대 뿜으면서 쫓겨날 집에서 창밖을 쳐다봤다. 차창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쳐다봤다.



그날 밤 잠을 못자고 뒤척였다. 



.......



아이들을 아파트난간에서 내던진 후 엄마도 뛰어내려 죽었다는 뉴스만 계속 흘러나왔다.


https://youtu.be/lvKTBxrqZ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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