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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호 Jan 18. 2024

감기몸살

토요일. 

오랜만에 기분을 내려고 부산에서 조금 떨어진 통영을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다. 오랜만에 코에 넣은 통영 바람은 상쾌했고, 조금 가격이 나가는 해물탕은 유쾌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던 미륵산의 풍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그렇게 즐거웠던 시간이 지나 일요일. 

눈을 뜨자 몸이 평소와 같지 않음을 느꼈다. 

두꺼운 이불을 껴안고 잤는데도, 따뜻하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의 근육이 비명소리를 질렀다. 

지면 안될세라 나도 따라 질렀다.     


‘오히려 좋아’

평소 혼자 있기를 즐기던 나로서는 약간의 근육통이 동반된 감기몸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불에서 나와 동료가 된 휴대전화와 충전 선이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게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종일 이불에 누워 웹툰과 유튜브를 보며 보냈다. 이럴 때일수록 땀을 빼줘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고춧가루와 마늘을 가득 넣은 매운 라면을 끓여 먹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내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기몸살이 조금씩 잦아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상생활은 무리였다. 사무실에 병을 핑계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 마음은 큰 폭풍우가 되어 내 마음을 휘몰아쳤다. 나의 나약함을 한탄하면서도 못 이기는 척 급히 휴대전화를 열어 내일 일정을 살펴봤다. 오전 9시 30분부터 미팅이 잡혀있었다. 2주 전에 잡힌 일정이었다. 미룰 수도 없었고 미뤄서도 안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 이럴 바에 부디 내일 오전 전에 다 낫게 해달라고 사리사욕 가득한 기도를 했다.     

‘띠리링~’

새벽이 되었다. 

여전히 몸이 무거웠다. 

아니, 원래 몸이 무거웠지만 그날따라 더 무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신호가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도 미팅에 참석해야했다. 위험 신호만으로는 목구멍이라는 포도청을 이기기에 역부족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약 2시간. 너무나 길고 힘들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아픈 상태에서 출근을 하려니 너무나 서러웠다. 1시간 30분간 미팅을 마친 이후, 특별한 오후 일정이 없었기에 직원분께 몸이 안좋아 먼저 가겠다고 하고서는 집으로 향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 때는 티가잘 안나지만 평소 함께 했던 사람이 떠났을 때에는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나에게는 건강이 그랬다. 평소 워낙 건강했기 때문에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했다. 일상생활은 말그대로 '일상'이었다. 건강은 내 삶에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주말동안 겪게된 가벼운 감기몸살에 건강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체득하였다. 내 몸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 잘못될 경우에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나의 일상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40대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건강'을 외치게 된다고 하던데, 나 역시 그런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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