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지체, 계약해제, 상당한 기간 최고, 손해배상에 대해 민사전문 변호사
일생을 살다보면,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결혼, 아이의 출산, 아이의 성장 등으로 인해 아파트, 오피스텔, 주택 등 다양한 주거용 부동산을 매수, 매도하게 됩니다.
매수인이 약속한 잔금 지급일에 잔금을 지급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매수인이 잔금 지급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매도인으로서는 잔금을 받아서 계획했던 일이 있을텐데, 차질이 생겨서 곤란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매수인이 며칠 정도의 여유를 부탁하면서 계약의 변경을 가하자고 한다면 지연이자 정도를 요구하거나 사정을 봐주는 정도로 마무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매수인이 아무런 연락 없이 잔금 지급일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도인의 대응방법
매도인은 본인이 계획했던 일에 대한 자금 마련을 위해 새로운 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대금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매수인으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잔금지급기일이 지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의 손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약의 해제
매수인이 비록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있었던 계약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지는 않고,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해야 합니다.
계약의 해제는 계약의 효력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 소급효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래에 향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하게 하는 계약의 해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약정해제, 법정해제, 합의해제입니다.
1) 약정해제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으로 해제권을 유보해 놓은 경우, 이 약정에 의해 발생하는 해제권입니다. 민법 제565조 해약금 규정에 의하면,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고, 계약금만 교부된 단계라면 이 규정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사안처럼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두절한 경우라면,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2) 법정해제는 이번 사안처럼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 증여, 도급 등 특정 계약에서 특수한 해제권을 법에 정한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제한다고 하면, 법정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정해제권의 종류와 행사방법, 이번 사안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아래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 합의해제는 계약의 당사자간의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하여 계약을 해제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법정해제는 해제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지만, 합의해제는 해제권이 없지만 계약 당사자간의 합의로 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이행지체와 계약해제?
법정해제권의 종류는 이행지체에 의한 해제권, 이행불능에 의한 해제권,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권 등이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법정해제 중 이행지체에 의한 해제권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이행지체에 의한 해제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 당연히, 채무자의 이행지체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채무자가 가지는 경우, 채무자를 이행지체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행의 제공을 하여 항변권을 소멸시켜야 합니다. 조금 어려운 말로 들리실 수도 있는데요, 이번 사안과 유사한 아래 판례를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 교부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지체의 책임을 지워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기일에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신청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여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수령을 최고함으로써 이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상대방의 잔대금채무이행을 최고한 후 매수인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매도인이 제공하여야 할 소유권이전등기신청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라 함은 등기권리증, 위임장 및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 등 등기신청행위에 필요한 모든 구비서류를 말한다. 매수인의 잔대금의 준비나 제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매도인에게 일률적으로 즉시 소유권이전등기가 가능할 정도로 구비서류를 완성하여 매수인에게 현실의 제공을 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준비하지 아니하고 대금지급기일을 넘기는 등 계약을 이행함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수령할 준비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는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놓고, 인감도장이나 등기권리증 등을 준비하여 놓아, 잔대금수령과 동시에 법무사등에게 위임하여 이전등기신청행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준비함으로써 이행의 제공을 하고 잔대금지급의 최고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경우 위의 서류 등은 자신의 집에 소지하고 있음으로써 족하다고 할 것이다.“ 라고 한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5713 판결).
즉, 이번 사안에서 매도인은 등기권리증을 준비하고, 부동산매도용인감증명서 발급을 하여 자신의 집에 소지하고 있으면 매수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2)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여야 합니다. 최고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방법 등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계약해제를 위한 이행최고를 함에 있어서 그 최고되는 채무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채무와 같이 그 채무의 성질상 채권자에게도 단순한 수령 이상의 행위를 하여야 이행이 완료되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이행의 완료를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일시·장소 등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최고를 하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 할 것이나, 위와 같은 채무의 이행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협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채권자가 위와 같은 내용을 알리는 최고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언제까지 이행하여야 한다는 최고만 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그 이행최고를 계약해제를 위한 이행최고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채권자가 위와 같은 최고를 한 경우에는 채무자로서도 채권자에게 문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확정적인 이행일시 및 장소의 결정에 협력하여야 한다 할 것이며, 채무자가 이와 같이 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최고기간을 도과한 때에는, 그에 이르기까지의 채권자와 채무자의 계약 이행을 위한 성의,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구두로 연락을 취하여 이행 일시와 장소를 채무자에게 문의한 적이 있는지 등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위의 최고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라고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50497 판결).
상당한 기간은 채무자가 이행을 준비하고 이행함에 필요한 기간으로, 정해진 기간은 없습니다. 통상 내용증명 등을 통해 최고를 하는데 내용증명이 도달하는데 필요한 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2주 내외 또는 그 이상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기간이 상당하지 않아도 최고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 최고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함에 있어서 그 전제요건인 이행의 최고는 반드시 미리 일정기간을 명시하여 최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최고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면 해제권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니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고를 한 때에는 이로써 중도금 지급의 최고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면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라고 하였는 바(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930 판결), 최고시 기간을 정하지 않아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해제권은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상대방이 미리 자기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밝힌 때, 즉 이행거절의 경우 등에는 최고가 필요하지 않고, 이행지체 즉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3) 채무자가 최고기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해제시 효과는?
1) 해제권 행사로 해제가 되면, 계약상의 채권, 채무는 소급적으로 소멸합니다.
2) 채권자, 채무자는 계약을 원상으로 회복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 매도인은 자신이 받은 계약금 등을 반환해 주어야 합니다. 매도인은 당연히 소유권이전의무도 지지 않습니다.
이렇게만 되면,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약금을 돌려받게 되니, 매도인으로서는 억울할 수가 있습니다.
3) 계약해제의 마지막 효과는 손해배상입니다. 즉,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되었기 때문에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 손해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있었을 상태와 현재상태의 차액의 배상이 원칙입니다. 예외적으로 채권자가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은 상대방이 그 지출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그 지출이 통상적인 지출의 범위 내에 속한다면 그에 대하여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부동산 매수인이 약속한 잔금이레 잔금을 주지 않을 때 매도인이 행사할 수 있는 해제권의 종류와 그 방법,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하신 매도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