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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Ya Aug 09. 2019

제발 오늘은 자다가 박치기하지 말아 다오!

술이 깼다.

지난 회식이 고되었는지, 낮에 들은 몇 마디의 화가 아직 남았는지 잠이 오지 앉는다.

여름밤, 단칸방처럼 넷이 붙어 자는 이 방의 열기도 원인이겠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집을 방황하며 다니다가 두어 시간 만에 들어오니 두 아이가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녀석들 옆 구석에 누워서 잠을 다시 청하는데 두 아이 중 하나가 ‘뽕’하며 방귀를 뀐다. ‘피식’


여전히 아이들 잠은 어렵고 예민하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두 녀석이 알아서 각자 누워서 자는 지금은 양반이다. 온 집 불을 다 끄고 안 자려고 노래하고 괴물 놀이하고,, 물 마시러 부엌에 4~5번 들락날락하는 지금은 그래도 나 혼자 재울 수 있으니 다행인 것이다.


쌍둥이여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두 아이를 나 혼자 한 번에 케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잠재우기.

독박 육아로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혼자 두 아이를 동시에 재우기도 하던데, 난 독박이 아이 었으니 그러지 않았고 못했다.


그래서 신랑이 늦는 날이면 친정식구 중 누군가(대체로 동생)가 불침번 서듯 쌍둥이들 밤잠을 같이 재웠다.


돌이켜보면 재우는 방법도 다양했다.

안아서 우유를 먹이고 토닥거리면서 그대로 배 위에 올려놓고 재우기도 하고(애들이 10킬로를 넘을 때 밤새 이렇게 자면 다음날 허리를 펼 수 없었다)

깜깜하게 온 집안 불을 끄고 건너편 아파트를 보면서 아기띠나 힙시트를 하고 제발 자길 바라며 자장가 불러 재우기도 하고(이때 참 많이 서러웠다)

동생 짐볼을 집으로 가져와 그 짐볼 위에 앉아서 흔들며 재우기도 했다.(흔들림 증후군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제발 자준다면,,)


얼마 전 출산하여 백일도 안된 아이가 있는 회사 후배가 언제쯤 되면 안 재워줘도 자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재워준다’.


우리 아이들이 10개월 말쯤인가 걷기 시작하던 때쯤, 평상시처럼 안아서 재우려 하면 몸을 비틀며 품 안을 탈출했다. 그쯤부터는 안아서 재우거나 배 위에 올려놓은 채 재우는 게 좀 줄긴 했던 거 같다.


지난밤엔 새벽에 뒤척이는 녀석들이 번갈아 가면서 내 머리에 박치기를 하더라.

잠결에 깨면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가 그대로 다시 몸을 떨어트리는 아이들에게 코며, 광대뼈며 안 맞은 곳도 없다.


제발 오늘 새벽에는 박치기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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