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탐정의 일기
어느 시린 겨울날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아늑한 카페.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야기에 북적거렸다. 카페 앞 길목에는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떨리는 눈빛. 노숙자 상수씨는 피가 흐르는 칼을 들고 차갑게 식어가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보는 장면이 진짜인가. 나는 숨을 죽인채 눈을 몇번이고 비볐다. 그러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달렸다. 미친듯이 달리고 달려 파출소에 이르렀다.
2025년 12월 29일
나는 증인석에 섰다. 선서를 하고는, 내가 마주친 장면을 읊듯이 말했다.
김상수 그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모든 증거가 그를 지목했다. 그렇게 그는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2026년 1월 25일
그는 왜 결백을 주장했을까. 그 장면을 내가 봤음에도, 어떻게 결백을 주장할 수 있었을까. 문득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난 그를 면회하러 왔다. 저기, 그가 나온다."아저씨가 죽인거 맞잖아요. 왜 아니라고 했어요?" 그가 채 의자에 앉기도 전에 쏘아붙였다. "난 돈이 필요해 연기를 했네. 하지만, 내가 죽이지 않은것은 명백하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머니의 병원비를 댈 수가 없었다네. 옳은 일이 아닌 것은 알지만..." 너무도 선명한 그의 눈빛은, 그의 말이 진실임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했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범이 있다.
2026년 2월 1일
살인사건이 벌어진 카페로 향했다. 주문을 하고 의자에 앉으니, 뭔가 짜릿한 감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을 시작했다. 피해자는 33세의 김미연. 왜 죽어야 했을까. 누가 그녀를 죽였을까. 사장님이 내어주신 아메리카노는 지독하게도 맛이 없었다. 급하셨나. 가족의 가게를 대신 봐주시는걸까. 킁킁. 문득 오징어 타는 향기가 났다. 군침이 돈 나는, 오징어를 주문하려 했으나 메뉴판엔 오징어가 없었다.
2026년 2월 2일
또 그 카페로 왔다. 어느 문신 무리들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요즘 시대에 실내흡연이라니.'싶던 나는, 문득 무리들을 말리지 않고 일상이라는 듯 자연스러운 사장님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신문지에 감싼 무언가를 들고, 노숙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카페에 들어왔다. 사장님은 웃으며 그에게 속삭이듯 '나중에 다시와요..'라고 말했다. 아무도 못듣게 말하려는 듯 했으나, 난 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오징어 태우는 냄새가 오늘은 더 강하게 났다. 조폭들은 누군가를 죽이려는듯 '어디를 찔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렇게 카페는 마감을 했고, 난 귀가했다.
2026년 2월 3일
속보였다. 내가 어제 있던 그 카페, 마감한지 20분만에 그 앞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이 자백했다.
진범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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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한 범인은 어제 카페에 들어왔던 그 노숙자였다.
문득, 형사인 친구에게 들은 청부살인 시스템이 기억났다. 살인을 의뢰하며 건넨 돈의 일부를, 연기자를 고용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는데 지출하며 차익을 남기는 시스템. 거대한 사업이었다. 노숙자들은 대체로, 어느정도의 형량을 살고 나오면 이후엔 호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받았다. 그들이 이 제의를 거부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카페 내부 지하에는 전기의자가 있었다. 사람을 전기로 지질때,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카페 사장이 곧 청부살인 대기업의 현장직원이었다. 이전부터 그 일대에 1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모두가 그 전기의자에서 희생당했다. 전기로 지지는 소리도, 희생자의 비명도 카페의 웅-하는 기계음에 묻혔다.
돈 앞에 무력해진 법에서, 우리는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