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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Aug 15. 2021

EP 4. 독일 박사과정 학생 연봉

한국보다 높을까?

내가 공부했던 학교와 일하고 있는 직장 모두 작센주 (Sachsen)의 드레스덴 (Dresden)에 있다. 이곳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Research assistant로 써달라고 교수님께 면담을 요청했는데, 없는 포지션을 만들어서 채용해주셨다. 실험실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가 확인해 본 결과, scientist로만 채용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이 받는 연봉에서 몇 퍼센트를 받을지 조정하는 방식으로 연봉을 협상했다. (사실 이때에는 협상이라기보다는 교수님이 주시는 오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독일 박사과정 학생의 급여는 TV-L (Tarifvertrag der Tarifgemeinschaft deutscher Länder)에 근거한다. 독일은 지역마다 집값이나 생활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는 지역의 물가를 반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이것이 그다지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지는 않다. 독일에서 박사과정 학생은 일반적으로 TV-L E13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사람마다 실제로 통장에 찍히는 금액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박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경력 년수에 따라 급여가 올라간다. 또 독일에는 소위 '싱글세'라고 불리는 세금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20대 후반 정도의 사람들에게 세금이 많이 부과되기 때문에 세전 연봉이 높더라도 막상 세금을 제하고 나면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놀라울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


2021년 기준 TV-L E13의 급여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s://oeffentlicher-dienst.info/c/t/rechner/tv-l/west?id=tv-l-2021

세전 월 4074.30유로, 즉 1350원/유로의 환율을 적용하면 월 550만 원 정도 된다. 하지만 박사생이 이 정도를 받는 것은 아니고, 박사 1년 차는 TU Dresden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의 경우 이 TV-L E13의 65%를 받는다. 그러면 세전 월급은 2648유로 정도가 되는데, 이것은 한화로 약 350만 원 정도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20대 중 후반, 미혼이라고 가정할 경우 대략적으로 세금은 월급의 1/3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세금을 제하고 통장에 실질적으로 찍히는 금액은 약 1740유로, 우리 돈으로 230만 원 정도 된다. 한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그것이 인정이 된다면 이것보다 높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 또한 박사과정 내내 이 금액을 받는 것은 아니고 년수가 증가하면 월급도 올라간다. 그래서 박사를 마치고 바로 포스닥으로 일할 경우 TV-L E13의 100%를 받게 된다고 한다.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이 정도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독일에는 전세의 개념이 없어서, 학생들은 대개 월세로 산다. 그런데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대도시는 집값이 어마 무시하기 때문에 200만 원을 웃도는 월급을 받아도 집값이나 공과금으로 상당 부분 빠져나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드레스덴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이 싼 것으로 유명한데, 혼자 사는 원룸의 경우 월 300-400유로 선에서 구할 수 있다. 쉐어하우스 형태의 집인 WG에서는 이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생활비 면에서는 상당히 이득이었다.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따져 보았을 때 독일의 박사과정 학생에 대한 처우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박사과정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 큰 깨달음에서 기인했다.


독일 대학원 박사과정 연봉 Photo by Artem Podrez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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