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일라 Mar 19. 2020

빵순이와 최고의 바게트

    <La Meilleur Baguette PARIS> 는 15명의 심사위원의 준엄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올해의 바게트 상을 수여하는 명예의 빵집으로, 평목은 최상의 바게트를 만들어냄으로써 받는 상이다. 이 기준을 통과하여 수상을 받은 빵집, 즉 불랑제리 Boulangerie 는 르 몽드 'Le Monde', 피가로 'Figaro' 등 그 해 각종 신문사와 관광 잡지에 실리며 사람들에게 명예롭게 알려지고 역사에 남는 영광을 얻게 된다.


    

    2016년,2017년, 2018년, 2019년 각 명예 우승 빵집을 찾아다니며 그간 쉐프들의 수고와 노력을 맛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칭 빵순이인 나지만, 파리엔 아직 못먹어본 빵집이 그득한걸. 빵집마다 만들고 배치하는 빵과 디저트의 종류 또한 천차만별이고, 위치한 동네 구의 분위기 또한 다르다. 그 동네 사람들의 입맞을 섬세하게 고려하고 읽어내는 동시에 까다로운 파리지앙들의 만족도를 일반적으로 맞춰내는 것이 쉐프의 몫인 것이다.



    불랑제리에 가면 늘 고르게 되는 건 파베 Pavé 또는 트라디씨옹 Tradition 또는 샌드위치 뿔레 퀴리 Poulet Curry. 명예 빵집의 샌드위치는 자태부터가 남다르고 윤기마저 난다. 빵과 재료가 신선하고 조합 밸런스도 가히 최고라 칭할 정도. 1등의 영광을 안은 빵집은 그의 이름에 걸맞게 위생과 친절도 또한 수준급이다.



    늘 4유로-5유로 안쪽의 점심 세트 메뉴 안에서 고민하는 학생이지만, 가끔 디저트까지 고르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Gâteau Saint-Honoré 생토노레는 그 중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케이크. 겉모습은 국민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쓰일 웨딩케이크를 주문받아 만들어 주는 케이크의 모양과 비슷하 다. 슈 choux 와 크림 crème 의 조화가 고급스러우며 동시에 담백한 이 케이크는 너무 달지 않아서 단 걸 못 먹는 사람들이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디저트 종류 또한 빵집마다 특성이 다르니 그 차이를 맛보러 가는 즐거움은 덤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먹기 시작하면 꽤나 큰 샌드위치 하나 정도는 거뜬 하게 해치운다. 보통 볕이 좋으면 테라스에 테이블을 펼쳐 놓곤 하는데 그런 곳은 대부분 깨끗하게 치워놓아 먹는데 신경 쓰이지도 않고, 길이 좁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느긋한 점심시간을 즐기는 대부분의 파리지앙들과 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는 것. 파리에서 즐길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랄까. 샌드위치에 쓰이는 바게트도 보통은 딱딱해서 먹기 쉽지 않은데, 잘 찾아보면 비에누와같이 부드럽고, 찢을 때 결도 풍부하여 폭신거리는 식감을 가진 곳이 있다. 취향대로 입맛대로 나의 빵집을 정하는 재미도 무궁무진.



    갓 파리에 상경한 때엔 주로 바게트와 꿀, 버터를 사서 아침으로 먹곤 했다. 물론 갓 오븐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바게트는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지만, 빵집마다 그 맛의 차이는 오묘하게 다르다. 어떤 물을 쓰는지, 소금의 계량은 얼마인지, 몇 도에서 얼마 동안 굽는지 그 미세한 차이가 맛을 차별화시키는 것이다.



    보통 프랑스 레스토랑에선 요리의 식전으로 바게트가 한 입 크기로 작은 바구니에 담겨 나오는데 이 또한 주 메뉴를 접하기 전 식사를 제대로 즐기는 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풀 코스가 근사하고 맛있든 간에 식전 빵이 오래 두어 마르고 거칠다면? 후에 먹는 요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식사의 첫 순서인 식전 빵부터 맛있어야 마지막 단계인 디저트까지 진한 행복의 맛이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이처럼 식 사의 시작부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상까지 빠짐없이 올라가는 바게트는 과히 프랑스의 소울이 담긴 음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보통 한 바게트의 가격은 90 썽팀에서 1유로 50 썽팀 사이로 (2018년 기준) 출출할 때 사 먹을 수 있는 빵으로 부담이 없으니, 매일 빵집에 바게트를 사러 빵집에 줄을 서 있는 풍경 또한 이상하지 않다. 준엄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명예의 1위가 된 바게트, 그 안에 맛의 미를 추구하는 프랑스만의 고유한 정서가 담겨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에서, 소울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