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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일라 Aug 10. 2020

8월, 파리는 어떤가요?

 

   한동안 코로나 실시간 상황판의 프랑스 국가란 숫자는 줄어들다가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중심지인 파리와 옷 드 센느, 생드니의 확진자 수는 여전히 높았지만 남쪽 지방도 상황이 크게 호전된 것 같진 않다. 게다가 바캉스 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전문가들이 이미 예견(?)한 파리지앵들의 대거 휴가 이동으로 인해 전 지역으로 확산될 경고를 비추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는데, 결국 이번 주부터 파리 및 일 드 프랑스 옥외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내려질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었다.



    그동안 프랑스는 어떠했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에 뿌리를 내린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3월 12일 발표된 대국민 담화 이후 전 학교는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고, 각종 온라인 수업으로 재개된 어찌 굴러가는 듯했으나 이후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8월 말에 다가올 개학을 걱정하고 있는 상태. 하이브리드 (줌 수업과 대면 수업이 섞인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지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도 딱히 답은 없어 보인다.



5월 7일 프랑스 확진자 상황-빨간 지역 confinement 사회적 거리두기 진행 중 ©Santé Publique France



    6월 22일 거리두기 해제 Deconfinement 이후, 지자체 선거 2차 투표를 실시하고 7월 중순부터는 모든 박물관, 미술관을 재개하는 등 파리에도 서서히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진행해오던 레슨을 진작 온라인 zoom으로 전환한 후 슬슬 한계를 느껴왔었는데, 여러 상황을 고려함에 따라 대면으로 수업을 전환하는 추세에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8월부터 다시 방문레슨을 시작했다.



    근 몇 달 만에 만난 학생들은 선생님의 방문에 너무나 신나 했고, 나또한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 만나는 일의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존재가 되는 일은 참 감사한 일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을 통과하며 앞으로 나아갈 긍정적인 힘을 얻으니까.



    아이들의 눈을 다시 마주하면서 (마스크를 썼기에 눈 아래로는 보지 못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를 얻었는지 떠올랐다. 상기할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사유가 쓰인 글들을 읽고 내 세계에 반영하는 일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부담을 지워주는, 참 고맙고도 귀한 일이었다는 사실. 다시 내 몸에 그들의 글이 채워지며 아침에 가뿐해진 몸 또한 그렇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는 아이들 ©Photo AFP



    생각해보니 6월은 학교에서 졸업 앨범을 나눠주는 달이였다. 여름방학을 앞둔,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이 사인한 졸업앨범을 옆구리에 끼고 하교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달. 그러나 코로나 시대인 지금, 아이들은 학교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서 지정된 페이지에 마우스로 사인을 했다고 말했다. 사인은 출력되어 졸업 앨범에 추가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게 졸업앨범에 사인하는 일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서로의 Yearbook에 무슨 말을 쓸까 고민하며 색색의 사인펜으로 우리 그동안 친해져서 너무 좋았어, 방학 때 꼭 같이 놀자, 등의 말을 적는 것. 이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유종의 미와도 같아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루틴. 그러고 나면 문득 여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을 수 없구나 싶어 조금은 쓸쓸해졌다.



마스크를 낀 거리의 사람들 ©lindependant.fr



    저마다 다른 각 나라별의 사태 진압 상황을 접하면서 각 세계의 판데믹 대응 방법들에 대한 관점들을 살펴보며 든 생각은 어느 곳에 속해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였고, 무너진 일상의 소중함은 물론 건강하게 침상을 벗어날 수 있는 아침에, 또 주변 가족, 친구의 건강을 챙길 수 있음에 새삼스럽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파리는 지난 판데믹 동안 매일 저녁, 에펠 탑의 라이트 쇼를 통해 간병인 등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동원된 모든 의료진, 소방관 등의 사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모두 저녁 8시만 되면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SNS에서만 보던 박수갈채와 응원을 보내며 연대를 아낌없이 나누던 사람들. 코로나 사태에 맞서 수고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표시함으로써 연대에 동참하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던 수많은 의료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를 잃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과연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간 것일까.



    다시금 치솟는 확진자 수에 불안해지는 일상이다.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중심을 잡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 작년 찾아온 폭염이 프랑스 전 지역을 점령했었는데, 올해까지 3년 연속 canicule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원래 파리는 이렇게 더운 도시가 아니었다. 점점 격해지는 정부와 의료진들의 갈등을 보면서 든 바람이 하나 있다면, 코로나로 고생하는 시민들과 의료진들에게 올 한 해 너무 가혹한 여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모두를 위한 그리고 지구를 위한 건강한 삶을 붙잡으며 살고 싶다는 것. 너무나 큰 바람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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