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RATP (Régie Autonome des Transports Parisiens:파리의 대중교통)에서 눈여겨본 점이라면 "Ma Boîte à Livres" 박스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점이다. 보통 한 두권, 많으면 세, 네 권의 책이 꽂혀있고 누구나 여행하며, 출-퇴근을 하며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지루한 대중교통 이용이 책 읽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트람에서 내려 한참을 관찰했다.
Faites voyagers vos lectures. La RATP avec ses partenaires Recyclivre et les boites a partage vous proposent cette boite a livres eco responsable offrant une deuxieme vie pour 90 pourcent des materiaux et favorisant le partage. empruntez un livre. a votre tour, partages les votres et offrez-leur une deuxieme vie.
책과 함께 여행하세요. 책에게 두 번째 삶을 줄 뿐만 아니라, 공유를 촉진함으로써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이 상자에서 책을 꺼내 읽고, 나의 종점에 위치한 박스에 반납하는 형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아이디어 참 좋다. 출퇴근하는 많은 사람들과 복잡한 도로,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 읽히길 기다리는 (누군가가 기부한 것일) 책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가. 매일 보는 길도 생기가 입혀진 듯 다르게 보였다. 나에겐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책이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책의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귀결되어도 무리가 아니란 생각이다.
전자잉크와 인터넷, 기사가 가득한 21세기 세기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읽을 책을 고르는 프랑스 아이들을 보는 것, 지역 서점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 늘 읽을거리가 풍부한 매거진, 종이 뉴스 가판대를 지나치는 것 등-프랑스에선 기분 좋게 하는, 사소한 점들이 참 많다. 책에게 ‘두 번째 삶’을 선물하세요 라는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책을 주체로 말하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은 늘 들여다보던 핸드폰을 끄고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