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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겪어보면 별 일 아니더라.

by 찬란


아내가 아이를 유산했다. 아기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소파수술은 급하게 진행되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친정에서 일주일 간 머물기로 했다. 병원에서 헤어지는 아내의 얼굴은 창백했다.


”김서방, 딸애는 내가 볼 테니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일하게.“


장모님은 나까지 걱정해 주셨다. 장모님은 병원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맘아파 하셨다. 출산과 똑같이 몸조리 해야 한다며 친정의 이불을 새로 빨고 장을 봐 오셨다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사돈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아내를 위한 보약을 한 재 지어 보내셨다.


우리는 다 큰 어른인 줄 알았지만,

이럴 땐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임차인입니다. 저희 전세금 반환 문제 없는 걸까요?“

”……“


집주인은 나이든 할머님이었다. 집주인은 우리의 전세금 반환에 대한 이야기를 딱 부러지게 해주지 않고 질질 끌었다. 내 카톡에 이삼일 무응답은 기본이었다. 아내는 여기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나의 닥달 끝에 집주인은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 1억이나 더 높여서. 집을 보러 오는 이는 없었다.


분양 받아 들어가야 할 아파트의 완공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러야 했다.


”두 달 뒤면 잔금을 내야 해.“


아내가 유산한 마당에 무서울 것도 없었다. 뱃 속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이런 걸까. 차가운 분노가 내 안에 일렁이고 있었다.


유산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전세금 문제는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았다. 인터넷을 뒤져, 이런 경우 집주인을 압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었다.






”예,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고객님.“

”안녕하세요, 전화로 문의드린 김라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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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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