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가락시장 고구마

고구마엔 동치미 vs 우유 vs 김치

by 찬란

“엄마 이게 다 뭐야? 고구마네?”

“아니 방금 헤라 아줌마가 보내왔지 뭐니.”

“고구마를?”

“가락시장에서 온 거라 좋아보인다. 쪄먹어보자.”




엄마는 알뜰했다. 엄마에겐 친한 아주머니들이 몇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헤라 아줌마‘ 였다. 그 분을 통해 화장품을 사면 30% 할인해 준다고 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헤라 아줌마‘는 종종 여러 농작물들을 선물로 보내주고는 했다. 주로 가락시장에서 보내 주는 것 같았다. 엄마는 고구마를 상자에서 꺼내 신문지 위에서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고로 고구마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며 나에게 베란다로 옮기자고 했다.

“고구마 맛있다. 내일 학교 싸갈까?”

“그래라, 이거 얼른 먹어 치워야지. 안 그러면 상해.”

“도시락통에 넣어 가서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되겠다.”

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시기가 끝나 가고 있었다. 학생식당에서는 3,500원이면 한 끼를 사먹을 수 있었다. 문과대학교 건물에서는 치즈그라탕을, 공대 건물에서는 순두부 찌개를 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여기서 더 아끼면 1,700원에 라면을 먹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그것도 매일 계속 쌓이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4만원씩 용돈을 받고 있었다.

“나 이거 싸갈게, 엄마.”

“그래라. 감귤이랑 만나서 같이 먹니? 넉넉하게 싸가.“

”몰라 그건…“

엄마는 내가 데이트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자 시시콜콜 물어보기 시작했다. 얼굴을 붉힌 채 나는 고구마와 곁들여 먹던 동치미를 후루룩 마시고는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났다. 엄마표 동치미는 시원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역시 고구마엔 동치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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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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