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달려!!!
“자말, 지금이야!! 달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어린 자말(데브 파텔)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마냥 재미있고 즐거웠던 어느 날,
그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는 어른이
아이들을 재운 뒤, 해치는 걸 보게 된다.
자말은 그 순간 본능적으로 안다.
그리고 나쁜 어른이 자신에게 다가온다.
자신의 차례가 되기 전,
자말은 먼저 달려들어 공격하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게 자말의 골든 타임이었다.
그 짧았던 몇 초,
어린 자말이 그 쎄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기에
그의 인생은 다르게 흘러갔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나쁜 어른이 나에게 다가와, 나쁜 짓을 하려고 했다.
회사라는 공간이 주는 권위와 관습 앞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받아들일 뻔 했다.
이 상황, 쎄하다. 뭔가 불쾌하고 아주 위험하다.
몸이 먼저 알았다.
본능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판단 중 하나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대응했기에,
필요한 모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고,
끝까지 부인하는 그를 증거와 논리로 꽁꽁 옭아매어
나를 보호할 수 있었다.
(상세한 내용은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를 참조해주시라.)
사람들은 ‘차분하게 대처해라’고 말하지만
그럴 땐
시간이 없다.
본능이 사이렌을 울린다.
그걸 놓치면,
일은 점점 꼬이고,
내 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나는 살아남았고,
나를 보호하고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어린 자말이 한 숨 돌리듯,
나도 살아남아 헉 헉 숨을 돌린다.
그걸 믿고,
방어하고 일격을 날리고 도망가면 된다.
어린 자말도 해냈다.
나도 했다.
*제 이야기를 담은 연재 브런치북을 읽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용기 내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연재 브런치북] 대기업, 성추행,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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