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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렁 대던 직장 원수와 야근을 하다가 그만

그렇게도 미웠던 누군가가 다시 보일 때

by 찬란
이 글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여 창작되었습니다. 실제 인물과 관련없음을 밝힙니다.


“파인애플 대리, 한 달 동안 이 프로젝트에 좀 참여해 봐.”

“네, 무슨 프로젝트인가요?”

“영업이랑 생산이 서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잖아. 이번에 데이터베이스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더라고.”

“그거 좋은 아이디어긴 한데 괜한 일만 느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일단 하라고 하니까 해야지 뭐. 우리 팀 담당자는 파인애플 대리로 지정했어.”






팀장은 껄껄 웃으며 ‘엑셀 잘 하잖아, 아주 적임자지 뭐!‘ 라며 주간 회의를 마무리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새로운 업무를 더 얹어 받은 내 표정은 시큰둥했다. 회사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은 바는 있었다. 영업, 생산 실무자들 간 데이터들을 엑셀 파일로 주고 받지 말자, 시스템에 올려 모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자고 했다.


목적과 기획의도야 아주 합리적이고 좋았다.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면 나는 그냥 불평분자가 된다. 또는 최악의 경우 내가 담당자가 되어 난관들을 직접 해결해 내야 할 것이다. 일단은 침묵하기로 했다. 정신없이 바쁜 업무 중에서도 컨설팅 업체와 계속해서 미팅을 했다.


”파인애플 대리님, 영업에서는 이런 데이터들을 쓰시잖아요, 엑셀로 관리하시나요?“

”네 맞아요, 영업사원들이 직접 수기로 파일을 관리합니다.“

”그럼 이 엑셀파일들을 메일로 보내는 식으로 하셨었군요.“

”네. 어차피 거래선들과는 통화나 문자 등으로 연락하니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 보는 데이터가 달라져서 문제가 발생하겠군요…“


분명히 실무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실무자들의 표정은 아주 뚱했다.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 중이었다.


‘나중에 실무자에게 이중으로 데이터 입력하라 하겠군. 원래 쓰던 엑셀에, 그리고 시스템에.‘


그 와중에도 컨설팅 업체 소속 개발자들은 날밤을 새며 뭔가를 뚝딱거렸다. 개발 막바지에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파인애플 대리님, 핵심 담당자 분들이랑 한 달동안 이 회의실에서 근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핵심 담당자였나요?”

“네 그럼요. 파인애플 대리님이 영업 핵심 담당자..그리고 생산이랑 연구에서 한 분씩 오세요.”

“그 분들은 누구신데요?”

“연구는 아직 미정이고.. 생산 핵심 담당자는 오이 과장님이시네요.“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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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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