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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폐쇄냐 아니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회사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모두 배우일 뿐

by 찬란
이 글은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되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과 관련없음을 밝힙니다.


“파인애플 대리, 진행해야 할 업무가 하나 있어.“

”네 팀장님.“

”음…지금 통조림 공장이 적자가 계속되고 있잖아. 그래서…음…“

”네, 통조림 공장이요.“

”한 번 검토만 하려고 해. 이 공장을 아예 폐쇄하면 어떨지.“

”엇…공장 폐쇄 검토요?“

”통조림 공장의 생산 제품들, 거래선 영향, 인력 재분배… 이런 것들 전무님께 보고 준비 해보자고.“

”아…네.“

“너무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 조심하고.“




어질어질하게 회의실을 나왔다.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통조림 공장의 적자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가 물량에 비해 우리 통조림은 원가 경쟁력이 없었다. 팔수록 적자였다. 나름 이런 저런 노력들이 있었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보기도 하고, 신제품을 개발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파인애플 대리님, 우리 통조림 공장은 창립 때부터 쭉 돌려왔어요. 여기 엔지니어분들은 30년동안 이 공장에만 계셨죠. 산전수전 다 겪어봤어요. 그런데 결국 불황을 버티면 호황이 오더라고요. 지금 불황도 그런 거 아니겠어요.“

나는 통조림 제품과 관련된 이들을 떠올렸다. 지난 달에도 통조림 공장장은 다음달에 생산할 신제품 ‘마라 황도 통조림’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었다. 나도 오며 가며 친해진 여러 관련자들이 있었다. 통조림을 판매하는 영업사원들, 공장을 돌리는 엔지니어들, 연구하는 연구인력들…

입맛이 썼다. 어쨌든 부여받은 일은 해내야 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후배 라임씨를 불렀다. 보고서 준비를 의논했다. 라임씨는 기술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던 유능한 인재였다.

”파인애플 대리님, 이거 공장 폐쇄…정말 진행되는 건…아니겠죠?“

”글쎄요…검토만 하는 거겠죠. 만약을 위해서.“

”끄는 것 자체야 기술적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 그런데…어떤 방향으로 보고 하실거에요? 공장을 닫는 게 맞다고 보고하실 거에요?”

“음…일단 자료들을 모아서 정리해보고 결정하죠.“




자료가 없어도 나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공장을 폐쇄하는 게 정답이었다. 생산 중단. 그리고 기존 인력을 타 공장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그 이익이 대략 얼마일지 계산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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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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