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나, 엄마인 나

by 레이마망



결혼 전과 후의 변화는 남자 친구가 나의 남편이 된 것이 전부였지만 엄마가 되기 전과 후의 나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고 예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답답한 바지보다 다리가 예쁘게 보이는 치마를 좋아했지만 아이의 돌발행동에 재빠른 대처를 위해 1년 365일 바지를 문신처럼 입으며 주말이면 트레이닝 복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만능 옷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키의 생명인 하이힐로 가득 차 있던 나의 신발장은 매일 출근과 퇴근 시간마다 육상선수로 변신하기 위해 운동화와 플랫 슈즈에게 점령당했다.


월급날이면 미리 찜해둔 명품백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직행했지만 지금은 아이를 안고도 맬 수 있는 크로스 백이거나 수납력이 뛰어나고 가벼운 에코백이면 충분하다. 그동안 비싸게 모았던 명품백은 색이 바래져 갔고 이제는 내가 갖고 싶어서 뭘 사는 일은 거의 없다.


휴대폰에 매여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루에 한 번만 충전하면 전원이 꺼지는 일도 없었지만 지금은 일하면서 아이의 이유식과 기저귀, 내일 먹을 반찬을 주문하고 점심시간에는 육아 정보를 찾아보느라 배터리는 금세 없어졌다. 언제 무슨 일로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 배터리가 50%만 되어도 불안해서 항상 핸드폰에 충전기를 꽂아놓고 일을 한다.


약 먹는 것도 싫고 병원 가는 것도 귀찮아 감기가 걸려도 생으로 견뎠지만 혹여나 아이가 나로 인해 감기가 걸릴까 걱정이 되어 점심시간에 식당 아닌 병원으로 달려간다.


요리하는 것보다 맛집을 찾아서 먹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아이가 잘 먹고 몸에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들기 위해 유아식 요리책을 보면서 삼시 세 끼를 만들고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쇼핑했지만 지금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사기 위해 쇼핑하고 있다.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더욱 싫어했지만 언제 어디서든 아이를 위해서 아기 상어는 물론 타요, 뽀로로 주제곡쯤은 거뜬하게 부른다.


나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나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엄마가 되고 있었다.

엄마로 사는 하루를 보낼수록 예전의 나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엄마로서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면서도 내 마음속 가장 아래에는 공허함의 바다가 존재하고 있다.

그 바다의 존재를 느끼고 있음에도 원래 없었던 것처럼 모른척하며 무뎌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나는 보통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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