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가 급한 내 마음을 모르는 아이는 엄마와 함께 나서는 등원 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바로 갈 생각이 없다. 아침마다 등원 전쟁을 치르다 보니 비슷한 패턴의 아이 행동에 웃을 수 있는 베테랑이 되었다.
집 밖으로 나온 직후, 나의 손을 잡고 걸어가며 종알종알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한 손으로는 졸린 눈을 비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날 꽉 잡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가 싫다고 밀어낼 때까지 볼에 뽀뽀를 한다.
동네 산책길에 만난 강아지를 보자마자 잡고 있던 내 손을 뿌리치며 강이지에게로 달리기 시작한다.
아이가 달리기 시작하면 나도 달려야 한다.
걸음이 서투른 아이가 넘어지기 전에, 울음이 터지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한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달래느라 나는 지각을 할지도 모른다.
겨우 붙잡은 아이의 손을 잡고 조금 걸었을까,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 좋아하는 과자를 주어도 힐끔 보고는 다시 짜증을 낸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나름의 언어와 행동으로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엉덩이 탐정보다 더 예리하게 촉을 세워 알아맞혀야 된다.
우는 이유야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린이집에 바로 가기 싫어서이다.
겨우 달래서 일으켜 세우면 없는 과자를, 어쩔 땐 장난감을 당장 내놓으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바로 눈앞에 있는 마트에 가서 사주겠다고 해도 싫단다. 무조건 지금 내놓으라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쓴다. 막무가내 억지에 한숨이 자동 발사된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화를 꾹 참아야 된다.
지금 이 화를 삼키지 않으며 아이가 아니라 내가 하루종일 자괴감과 죄책감으로 괴롭다는 것을 안다.
저 멀리 어린이집 정문이 보인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조금만 참자.
가까스로 어린이집 문 앞까지 도착해서 벨을 누르는 순간 갑자기 밖으로 뛰어 나가는 소름 끼치는 반전까지 보고 나면 등원 완료이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5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어떨 땐 20분, 30분이 걸려서 도착한다. 그래서 넉넉하게 30분 전에 출발한다. 시간이 넉넉해야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고 나도 기분 좋게 출근할 수 있다. 나의 조바심으로 아이를 억지로 끌어당기고 나의 잔소리에 도리어 내가 폭발하는 일은 없애고 싶었다.
아이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동원한 것이 아닐까.
어린이집 1등 등원도 마음이 아리고 먹먹한데 빨리 가자며 아이를 재촉하는 것은 차마 할 수 없어 오늘도 나는 나를 재촉하기로 했다.
'내가 더 뛰면 되지'
아이가 선생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뛰고 또 뛰고 뛴다.
저 버스를 놓치면 오늘은 지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