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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마망 Oct 05. 2021

#5 폭우가 쏟아지는 날

가평 화야 캠핑장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서 주말만은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몇 번의 폭우가 주말을 피해서 내렸지만 이번 주말은 우중 캠핑 확정이었다.

2주 전부터 기상 앱을 열었다 닫았다를 수백 번을 하며 날씨가 제발 바뀌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예상 강수량이 점점 높아질 뿐이었다.

이번 주말은 가평 화야 캠핑장으로 풍경과 계곡이 그렇게 예술이라고 소문이 난 곳으로 여름에 꼭 가보고 싶어 어렵게 예약한 곳이라 쉽게 취소하기 아쉬워 계속 고민을 했다.


"그냥 가자! 비 오면 뭐 어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연애 때부터 무엇이든 이것도 추억이라고 외쳤던 남편은 비가 와도 괜찮다며 캠핑을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우린 폭우 캠핑의 추억을 만들었다.


토요일 아침, 뿌옇게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웬일로 우리가 날씨 운이 따르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캠핑을 가는 주말만 기다렸던 성준이도 일어나자마자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인 헬로 카봇을 잔뜩 들고는 태권도 가방에 쑤셔 넣고 있었다.




올해 봄, 아파트 상가에 태권도 학원이 개원했다. 1개월 등록 시 추가 1개월 무료 수강을 해주는 이벤트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로 준다는 사탕에 홀려 일단 무료 체험수업을 등록했다.

5살이 다니기엔 이르지 않을까 했지만 곧 복직을 앞두고 있었고 다행히 유아 체육 수업을 할 계획이라는 설명에 안심했다.

체험 수업 때는 간단한 체조와 함께 에어바운스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준이가 너무 재밌다고 태권도 학원을 또 가고 싶다고 했다. 매번 이렇게 수업을 할 것이라 착각을 했고 체험 수업 기간이 끝나고 태권도 학원을 수강했다. 나와 준이가 기대했던 유아체육은 체험 수업 이후로 없었다.

태권도 기초 동작을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다소 엄한 눈빛으로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표정에 겁을 먹었고 동작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어려운 준이는 태권도 학원 앞에만 가면 가기 싫다고 재미없다고 무섭다며 울었다.

처음에는 우는 준이를 간식으로 달래어 굳이 태권도 학원에 보냈다. 몸에 맞지도 않는 큰 도복을 입고 멀뚱하게 앉아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 것조차 다른 아이들에게 밀려서 마시지 못했고 수업 내내 울먹거리는 눈빛에 아무래도 아직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준이가 학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지기 전에 그만 두기로 했다.

그렇게 태권도 학원은 5번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지만 외출할 때마다 옷장 깊숙이 넣어둔 태권도 학원 가방을 굳이 찾아서 들고나간다.

뭔가 자기를 지켜주는-강해 보이는-멋있어 보이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준이가 찾는 것 같아 태권도 가방을 잘 보이고 준이 손이 쌓이는 곳에 옮겨 두었다.




"우와, 비 엄청 내린다고 해서 다들 나들이 취소했나 봐! 차도 안 밀리네"

나는 먹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입을 조심했어야 했던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마! 비 오는데! 비 오면 캠핑 못해? 우리 다시 집에 가야 해?"

"햇빛이 없어서 날씨가 좋진 않지만, 이건 소나기야, 비가 갑자기 내리고 빨리 그치는 걸 소나기라고 불러."

날씨만큼이나 울상이 돼버린 준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소나기라고 일단 말했는데 정말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사이트 옆에 마련되어 있는 어린이 수영장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는데


가평 화야 캠핑장 입구에 도착하니 캠핑장 사장님께서 나와 계셨다.


"우리 캠핑장은 처음이오?"

"우리 캠핑장은 규칙이 하나 있는데 절대 여자가 설거지를 하면 안 돼! 무조건 남자가 다 해야 해."

"이거 어기면 벌금 100만 원이야!"


예약자를 확인하자마자 대뜸 말씀하셔서 우리 둘 다 살짝 당황했다.

남편은 어리둥절하다가 뒤늦게 어이없어했다.


"아니 설거지든 뭐든 각자 알아서 하는 거지, 뭐 입구에서 보자마자 뭐야"


우리 아빠의 싱거운 농담과 비슷해서 그런지 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투덜거리는 남편은 왠지 속마음을 들켜서 오히려 화를 내는 어린아이 같아서 그냥 웃음이 났다.

아마도 남편은 오늘 설거지할 생각이 없었나 보다.

첫인상이 까칠해 보였던 캠핑장 사장님은 사실은 친절하고 재미있는 분이셨다.

다음날 남편은 사장님이 너무 좋으시다며 웃었다.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는 수영장 라인에 있었다.

수영장은 아이들 3~4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크기의 어린이용 풀장이었다. 블로그 리뷰에서 봤던 크기와 너무 달라 실망했지만 캠핑장 뒤편에 큰 계곡이 있어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으로 만들어 주신 것 같았다.

풀장에는 타프로 지붕을 만들어 놔서 햇빛은 물론 비를 피해 놀 수 있었고 바로 옆에는 나무 벤치와 테이블 있어서 아이가 물놀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나중에는 이 작은 수영장이 더 편하고 옳았음을 느꼈다.




천둥 번개 소리에 깜짝 놀란 준이



캠핑장에 도착했을 땐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사이트 앞에서 짐을 내리자마자 미친 듯이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막 쏟아졌다.

워터파크에 가면 있는 큰 양동이에서 떨어지는 물을 정수리에 딱 꽂힌 그런 느낌이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비가 내려서 순간 멍해졌었는데 한순간에 바닥에 두었던 짐들은 비에 다 젖었고 우리는 거지꼴이 되었다.

어리둥절하다가 그냥 초토화가 되었다.

대충 아무렇게나 피칭한 타프 아래로 성준이를 피신시켰다.

번개까지 내리치니 성준이는 깜짝 놀라 눈이 달덩이처럼 커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져서 피칭을 제대로 못한 탓에 타프는 한쪽이 기울어져서 무너지기 1 초각이었다. 나는 타프 아래에 테이블을 펼치고 비에 젖은 짐들을 모아 놓고 남편은 제대로 타프와 텐트를 피칭하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있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 남편은 텐트와 타프를 피칭했고 나는 우왕좌왕하며 대충 정리를 하는데 사이트 코 앞에 수영장이 있으니 준이는 물놀이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비가 너무 내려서 물놀이는 못할 것 같은데 비가 조금 그치면 그때 물놀이 하자."

"아냐 싫어! 싫어! 지금! 지금 물놀이하고 싶어!"


뒤죽박죽인 이 상황에서 준이까지 보태니 정신이 더 없었다.

폭우도 준이의 생떼도 아무래도 그치지 않을 듯싶었다.


이 폭우에 무슨 물놀이를 하겠다고 이리도 울고 불고 짜증 내는지, 나의 정신력이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다. 욱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텐트와 싸움하는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몰골을 보는 순간 그냥 막 웃었다. 웃음이 터졌다. 여기 캠핑장에 거지가 있나 했다.



"자기 눈앞이 보이긴 해? 자기 이마 홀라당 다 까졌어ㅎㅎㅎ"

"자기 얼굴도 만만치 않거든, 비 오는 날 화장해서는 눈덩이 시커매 ㅎㅎㅎ"


엄마와 아빠가 깔깔 웃으니 짜증 부리고 있던 준이도 그냥 같이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그냥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시원하게 웃었다.




연애시절부터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땐 잘 보이기 바빠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느라 눈치 채지 못했지만 우리 둘 다 장난기를 엉덩이 밑에 숨기고 있었다. 어느 날 장난기가 더 많은 남편이 참지 못하고 한번 툭 쳤을 뿐인데 내가 잇몸을 만개하며 웃으며 반응했다. 이때 우린 찰떡궁합임을 알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 대화를 해도 재밌어서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말 많기로 나도 유명한데 남편도 말이 많았다. 서로 순번을 정하며 말을 하기도 했는데 남편의 주변 사람들이 남편은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해서 놀랐다. 아마도 남편은 자신의 시시한 말 한마디에도 웃는 나를 더 웃게 해주고 싶었고 그런 나와 계속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감정싸움을 해도 바로 화해한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는 그런 사이가 돼버렸다.

함께한 시간과 재미있는 사건, 사고가 더해지면서 우린 절대 헤어질 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걸치고 있던 우비도 그냥 던졌다. 처음부터 우비 따위로 막을 수 있는 비가 아니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비 좀 맞으면 어때. 지금 아니면 비 맞을 일도 없지 뭐. 그냥 즐기자!

어차피 젖은 옷, 비 맞으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물놀이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 준이를 데리고 풀장으로 갔다. 남편은 외롭게 홀로 텐트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비는 그치는 듯하더니 다시 쏟아지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아담한 사이즈의 풀장이라서 물 높이가 낮아 준이가 혼자서 놀 수 있어서 더 좋아했다.

나는 캠핑 의자를 가져와서 풀장 앞에 앉아서 준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준이가 날 쓱 쳐다보더니 물총을 마구마구 쐈다.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기 때문에 물총 좀 더 맞는다고 딱히 달라질 건 없었다.

준이가 즐거워하니깐 그냥 함께 물총 놀이를 하기로 했다. 다만 눈이 아프니 얼굴만 쏘지 말라고 말했다.


풀장에서는 지금 막 캠핑장에 도착해서 바로 물놀이를 하는 또래 여자아이가 반대쪽에서 놀고 있었는데 우리의 물총 놀이가 재밌어 보였는지 손에 쥐고 있던 물총으로 자신의 엄마에게 쐈다.

여자아이의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날 힐끗 쳐다보았다. 계속 쳐다보는 걸 느꼈지만 모른 척 그냥 계속 놀았다.

아마도 모든 걸 내려놓은 처연한 내 모습이 좀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이었다. 정말 모든 걸 내려놓았더니 비를 맞아도 물총을 연신 맞아도 평온했다.



남편이 걱정되어 우리 사이트 쪽을 쳐다보았다. 남편의 모습은 그야말로 재난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행색이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계속 물놀이하기엔 날씨도 쌀쌀해져서 준이를 풀장에서 데리고 나왔다.

수건으로 돌돌 감은 준이를 안고 사이트로 가니 남편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 다했어! 다 하니깐 딱 오네 ㅎㅎ"

"고생했어! 힘들었지? 정리 내가 할게 앉아서 좀 쉬어. 춥지?"

"아냐 더워, 옷이 다 젖어서 의자에 앉을 수 없어. 나 씻고 올게.

"준, 아빠가 우리 위해서 비 맞으면 텐트 다 만들었어. 엄마랑 같이 아빠 고마워요~하자"

"아빠 고마워! 나는 물놀이하고 왔어!"


준이는 간식을 먹으며 쉬고 남편은 샤워를 하러 가고 나는 짐 정리를 마무리하고 허기를 채울 음식을 준비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점심은 간단하게 배만 채우고 저녁을 거하게 먹기로 했다.






밥을 먹은 뒤 나와 준이도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 입고 우리 가족이 다시 말끔해졌다.

또 한 번의 폭우로 이 말끔함이 그리 오래 가진 못했지만.

그 후로도 비는 잔잔바리로 계속 내렸고 나와 남편은 더 이상 옷을 갈아입지 않기로 했다.

텐트 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해야 했기에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준이만 감기 걸리지 않으면 되지 뭐.





오후 늦게부터는 비가 잠잠해져서 계곡에 가볼까 했지만 사이트 뒤편 계곡 물을 보는 순간 무서웠다.

거세게 내린 비 때문에 흙탕물로 변해 있었고 물살도 거셌다.

캠핑장을 구경하며 간단하게 산책하고 텐트로 돌아왔다.

별일 있었지만 아무 일 없이도 시간이 훌쩍 지나 저녁이 되었다.






오늘 캠핑 저녁식사는 바로 양 프렌치 랙.

1kg를 샀다.

항상 고기를 배 터질 때까지 실컷 먹고 싶어 하는 남편을 위해 넉넉하게 주문했다.

양고기가 처음인 준이가 낯설어 먹지 않을까 봐 삼겹살도 조금 준비했다.

허브 후추와 로즈메리 가루, 올리브 오일을 살짝 말라 마리네이드를 하고 30분 정도 재워두었다.

양고기를 추천해준 친구가 1시간 정도 재워두면 좋다고 했는데 우린 배가 고파서 빨리 구워 먹었다.






그리들에 올리브 오일을 바른 뒤 쓱 닦고 프렌치 랙을 올려 두어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자기가 제일 많이 먹을 것이라 그런지 남편은 장금이가 탕약을 달이듯이 아주 정성껏 구웠다.

고기를 다 구운 뒤 그리들에 숙주나물도 살짝 구워서 참 소스를 뿌려서 먹었는데 완벽한 맛이었다.


타프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세 식구가 도란도란 앉아서 고기를 뜯으니 꿀맛이었다.

준이도 오늘 하루 노곤했는지 배가 빵빵하게 고기를 먹고는 따뜻하게 데워진 텐트로 들어가서 집에서 가져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일찍 준이를 재우고 나와 남편은 우중 캠핑을 느긋하게 즐기기로 했다.

빗소리를 음악으로 맥주 한잔 하며 낮에 만난 거지 부부를 떠올리며 깔깔 웃었다.

지금도 거지 부부가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스멀스멀 옷에서 쉰내가 좀 났다.


"우리 잘 때는 옷 갈아 입고 자자! 왕초 남편"

"자기 머리 정수리 냄새가 더 심하거든요."







다음날 아침, 맑고 화창하게 햇빛이 쨍쨍했다.

아침을 후다다닥 먹고 계곡으로 빨리 갔다. 혹시나 비가 또 내릴까 봐.

본래의 모습을 찾은 계곡은 정말 맑고 깨끗했다. 수심도 깊지 않아 준이와 함께 놀기 좋았다.

나는 사진을 찍어 주느라 계곡에 늦게 들어갔는데 정말 너무 물이 차가워서 처음 발을 디디자마자 악 소리를 질러 버렸다.


"엄마 처음엔 얼음인데 조금 있으면 괜찮아!"


오히려 날 다독여주는 준이였다.

5살이 되더니 준이가 엄마, 아빠를 챙겨주거나 배려해 주는 그런 일이 가끔씩 있다.


지난주에는 남편이 캠핑 장비를 옮기면서 '어휴 무겁워'라고 말하니

"아빠! 내가 도와줄까?"

"아빠! 힘들면 나한테 말해야지. 그럼 내가 도와주지!"


장난감을 정리하다가 뾰족한 부분에 살짝 긁힌 나에게

"엄마! 많이 다쳤어? 내가 카봇 밴드 붙여줄게, 그럼 하나도 안 아파!"


이런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하고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세 식구는 채집통을 들고 물고기 잡기에 열중했다. 아주 작은 물고기가 정말 많았다.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물고기들이 많아서 집중해서 봐야 했다.


가끔 남편이 준이 보다 더 재밌어하며 열심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물고기 잡기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혼자 저 멀리에서 엉덩이 치켜들고는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채집통 가득 물고리를 잡고도 큰 물고기를 놓쳤다며 준이보다 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계곡 물이 너무 차가워 오래 놀지 못했지만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며 준이는 즐거워했다.

조금 쉬었다가 풀장에서 물놀이도 하고 아빠랑 산책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우린 2박으로 예약을 해서 오후 늦게 천천히 철수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물놀이를 해서 허기 진 준이는 점심밥을 정말 잘 먹었다.

노곤했는지 텐트 안에서 살짝 잠들더니 이내 다시 일어나서는 또 물놀이를 하겠다며.

다들 철수하는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야무지게 놀았다.








구름이 점점 많아지더니 오후에는 비가 또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에 빨리 철수했어야 할걸 그랬나 싶었지만 대신 계곡에서도 수영장에서도 실컷 놀았으니 괜찮았다.


우여곡절 끝에 철수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준이를 재우고 장비들을 정리했다.

텐트와 타프는 내일 밤에 아파트 빈 공간에서 펼쳐서 수건으로 닦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장비들이 비에 젖었다. 캐리어 가방이 젖어서 안에 들어 있던 짐까지 축축해졌고 우드 소재의 쉘프와 소품들도 비에 젖어 눅눅해졌다. 우리보다 베테랑 캠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비 일부를 바꿔야 될 것 같았다. 먼저 패브릭 가방 대신 플라스틱의 카고 박스로 바꾸기로 했다. 정리하기 힘든 작은 소품들과 물기에 취약하고 무거운 우드 장비들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캠핑 장비를 재정비하게 되면서 우리는 택티컬 캠핑, 밀덕 캠핑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우리는 단풍나무 존 C4번이었다.

- 구역별 사이트가 6개 정도로 복잡하지 않아 좋았다.

- 무엇보다 앞, 뒤로 다른 사이트가 없어서 오롯이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 사이트 크기가 넓어서 여유롭게 사용했다.

- 나무도 울창하고 파쇄석도 고루 잘 펴져 있었다.

- 캠핑장 안쪽에 있는 뒤편 계곡은 정말 맑고 깨끗해서 좋았다.

- 방갈로의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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