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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Oct 20. 2020

뽀 안되잖아!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뽀뽀


40개월인 큰아이. 코로나 시작 이후로 어린이집에서도 간식과 밥을 먹을 때 말고는 마스크를 계속하고 있다. 한창 뛰어놀고, 말도 많이 할 나이에 마스크라니. 보는 사람도 답답하지만 스스로도 답답한가 보다. 미세먼지가 심해도 마스크를 안 씌우던 나.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가 필수가 되었으니 아이에게 안 씌울 수는 없는 터. 처음 마스크를 쓰던 날, 큰아이는 크게 울었다. "이거 싫어. 싫어!" 세상에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많이 퍼져서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설명해주었지만, 그 말이 귀에 들릴 리 만무. 마스크를 벗으려는 아이와 마스크를 씌우려는 엄마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마스크가 필수가 된 지 육 개월이 훨씬 지난 지금도 아이는 마스크를 답답해한다. 마스크를 씌우면 괜히 숨을 헉헉 쉬며 "답답해."를 외치는 녀석. 안쓰럽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16개월인 둘째 아이도 밖에 나갈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현관에 앉아 신발을 신기면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가린다. 자기도 마스크를 씌워 달라는 뜻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안쓰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쩌다 내 아이들이 이런 세상을 살게 되었을까? 이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낳은 게 아닌데.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가 마스크를 벗어 던지면 아이를 붙잡고 마스크를 다시 씌워주며 얘기한다. "앞으로 너희가 살 세상은 평생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적응하는 수밖에 없어." 그런 세상에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을 내뱉고 나니 입안이 씁쓸하다. 



아이들과 자주 뽀뽀한다. 뽀뽀가 좋은 것도 있지만 뽀뽀를 하기 위해 먼저 하는 눈 맞춤, 그 눈 맞춤이 나는 좋다. 아이의 눈을 보며 얼굴이 가까워지고 뽀뽀를 하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얼마 전에도 "리톨아~ 엄마 뽀뽀."하며 입술을 내밀었는데 아이가 손으로 밀어내며 소리친다. "엄마~ 마스크 쓰니까 리톨이가 뽀 안 되잖아!" "아~ 그래도 해줘."하는 말에 웃으며 뽀뽀를 해주는 녀석. 미소는 떠올랐지만,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이런 세상을 살게 했다는 괜한 미안함에 아이를 꼭 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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