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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Nov 07. 2020

절대로 안 때려.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어린이집 3년 차인 내 아들. 처음 어린이집에 가던 날, 문 앞에서 엄마와 헤어지면서 서럽게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는 그 뒤로 한 달간을 매일 울면서 보냈고, 엄마가 가버리고 나면 원장선생님의 무릎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스스로 고른 것이다.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어린이집의 모든 선생님께 방긋 웃는 비타민이 되었고, 엄마와 헤어질 때면 문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멋진 아들이 되었다. 대견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을까?'



영유아검진에서 항상 3프로 미만을 달리는 아이는 나의 걱정이다. 또래보다 작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치이지는 않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고 이 글을 쓰기 전까지도 걱정이었다. 

돌 무렵 다녔던 어린이집은 가정 어린이집이라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그중 생일이 한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내 직장동료의 아이가 있었다. 둘이 항상 같이 지내다 보니 친하기도 했지만 서로 많이 다투기도 했다. 아- 다투었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해야겠다. 돌이 이제 막 지난 아이들이라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을 하고, 좋아한다는 표현도 투박하게 나왔다. 한 명은 좋다고 달려와 껴안는데, 한 명은 그 힘에 깔려 넘어지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럴 때마다 항상 울기만 했던 아이는 그런 상황을 몇 번 겪고 난 후, 반격의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깨물기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에게 '깨물기'란 꽤나 민감한 사건이다. 깨문 아이의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물린 아이의 엄마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깨물기는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둘이 살짝 부딪히는 건 티가 안나도, 깨문 자국은 단번에 티가 난다. 숨길 수가 없다.

자신이 힘으로 다른 친구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아이는 주먹을 휘두르는 대신 깨물기를 시도했다. 인생을 산 지 일 년밖에 안된 녀석이 스스로 방법을 찾았다는 건 대견하지만, 깨문 흔적 앞에서 대견함은 저 멀리 던져버려야 할, 쓰레기봉투에 꾹 눌러 담아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방법을 찾은 건 기특하나 그 방법이 틀렸으니...)



종종 선생님으로부터 '리톨이가 00을 깨물었어요.'라는 말을 들은 지 약 1년. 우리는 이사를 하게 되었다. 새학기 시작 전까지 아이를 집에서 돌보다가, 3월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혹시나 여기서도 친구들을 깨물까 봐 걱정이 됐지만,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안심시키려는 듯 아이가 친구를 깨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아이는 네 살이 되었다. 그리고 깨물기가 아닌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어휘력이 늘면서 엄마아빠 말에 따박따박 이유를 따지는 건 물론 감정에 대해 배우면서 자신의 감정 - 특히 짜증, 화, 슬픔-을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특히 동생 때문에 짜증 나고 화날 때, 동생을 때리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은 때리는 게 아니야'라고 가르치지만 '아니야, 때리는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할 말을 잃고는 한다. 

집에서는 작은 동생을 때리는 아이라 걱정이지만, 반대로 어린이집에서는 혹시나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집에서야 동생이 자신보다 작고 힘도 없지만, 어린이집에서는 가장 작고 힘이 없는 녀석이니 말이다. 


며칠 전, 아이를 등원시키면서 물었다.

"리톨아, 000선생님(담임선생님) 좋아해?"

"응. 좋아해."

"아- 그렇구나. 000선생님도 리톨이 좋아한다고 전해 달래."

"정말?"

"응. 정말"


"리톨아, 어린이집에서 너 때리는 친구 없어?"

"없어. 00이 좋아. 00도 좋아."

"그렇구나. 리톨이는 친구들을 좋아하는구나. 그럼 리톨이가 친구들 때린 적 있어?."

"절대 안 때려"


작은 손가락 두 개를 펼쳐 엑스자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절대'를 강조한다. 별 것 아닌 행동과 말인데 웃음이 난다. 다시 표정을 다듬고 물었다.


"그런데 동생은 왜 때려?"

"동생이가 여기 꼬집고 아프게 하잖아."


그렇다. 무작정 화가 난다고 동생을 때리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봐도 둘째 아이가 큰아이를 참 귀찮게 한다. 오빠가 하원해서 집에 오면 오빠만 졸졸 따라다닌다. 오빠가 물을 마시면 자기도 마시고, 오빠가 춤을 추면 자기도 엉덩이를 흔들고, 오빠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자기도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고. 큰아이 입장에선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동생이 싫을만도 하다. 그래도 꾹 참다가 동생이 자기를 건드리는 순간 감정이 폭발해 때리고 마는 것이다.



한 명이 아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서로 다른 아이 둘을 어떻게 돌보면 좋을지 항상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엄마는 참 힘들다. 하지만 큰아이도 괴롭다. 모든 것이 자기만의 것이었는데, 동생이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자기를 괴롭히는 동생을 밀어버린 큰아이. 훈육 전에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준다.


"동생이 자꾸 귀찮게 해서 리톨이가 싫었구나. 그래도 동생은, 사람은 때리면 안 돼. 대신 화가 날 때, 인형이나 다른 물건을 때릴 수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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