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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Nov 17. 2020

솜사탕 보고 있는데?

솜사탕과 번데기. 우리의 소확행

주말(週末)
한 주일의 끝무렵. 주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이른다.



독박육아를 하는 전업주부에게 주말이라는 단어만큼 무시무시한 단어는 없다. 워킹맘일 때는 '드디어 쉬는구나'하는 마음이었는데, 전업맘이 된 후로는 '어이쿠'하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주말 이틀 동안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뇌는 잘도 고민한다.


농부인 남편과 주말을 보낸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달력에 표시된 파란날과 빨간날은 농부에겐 그저 검은날과 같은 날들이다. 달력의 색보다는 하늘의 색이 더 중요하다. 그나마 하늘이 캄캄해지고 비가 오는 날이면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은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가장이 농부인 집의 딜레마다. 날이 좋으면 농사일을 해야 해서 같이 할 수 없고, 비가 오면 농사일은 쉬지만 같이 나갈 수는 없는.


혼자 아이 둘과 주말을 보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집안에 있으면 집안일이 눈에 밟혀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다. 평일에 못한 집안일을 할 것인가 vs 평일에 못 놀아준 아이들과 놀아줄 것인가. 둘 다 힘든 건 마찬가지다. 집안일을 하면 집은 깨끗해지지만 나의 체력은 고갈되고, 아이들은 하루 종일 앉아 TV를 본다. 밖에 나가서 놀면 역시 나의 체력은 고갈되지만, 아이들을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주말이 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그것이 집 앞 놀이터 일 수도, 다른 도시의 관광지일 수도 있다.



킥보드. 첫째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가장 큰 놀잇감이다. 아침에 등원할 때도, 저녁에 하원 할 때도 킥보드와 함께 한다. 버스 시간에 늦어 킥보드를 못 타게 될 때면, 나에게 매달려 엉엉 운다. '집에 돌아가자~ 킥보드 가져오자~'

그런 아이에게 주말이 되면 항상 질문한다. '밖에 킥보드 타러 나갈까?' 답은 당연히 오케이다. 잔뜩 신이 나서 옷도 입고, 신발도 신는다. 나가기도 전에 온몸으로 '나는 행복해요'를 외친다.


언덕이나 차가 다니는 길은 위험해 매번 킥보드를 타러 근처 공원에 나간다. 하천 옆으로 말끔하게 나있는 자전거 길과 산책로는 아이와 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쌩쌩 킥보드를 타며 신나게 달리는 녀석.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신이 나서 저 멀리 달려간다. 바람에 흩날리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보며, 바닥을 탁탁 구르는 가벼운 발을 보며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2시간을 신나게 달렸을까? 힘든지 킥보드를 세우고 벤치에 앉는 아이를 따라 옆에 앉았다. '엄마, 배가 고프다.' 매번 집에서 간식을 챙겨 왔는데, 그날따라 가방에 간식이 하나도 없다. 어쩌면 좋을까. 그러다 공원 주차장 입구에서 봤던 푸드트럭이 생각났다. 배고파서 힘이 없다는 아이를 얼르고 달래 푸드트럭까지 갔다.


'리톨아, 어떤 거 먹고 싶어?'

'이거.'

컵에 담긴 솜사탕을 고른다. 오빠가 고른 게 뭔지도 모르면서 둘째는 오빠가 고른 걸 먹겠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솜사탕 두 개를 사서 가려는데 트럭 안에 번데기가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번데기에 선뜻 지갑이 열렸다.



두 손에 솜사탕을 꼬옥 쥔 두 아이와 손에 번데기가 든 종이컵을 든 엄마. 소확행이 이런 건가 싶다. 벤치에 앉아 맛있게 먹어본다. 등을 돌리고 솜사탕을 먹는 아이. 좋아하는 얼굴이 보고 싶다.


'리톨이는 왜 등 돌리고 있어?'

물으니 단순하지만 귀여운 대답이 들려온다.


'솜사탕 보고 있는데?'

'아- 그렇구나. 리톨이가 등 돌리고 있어서 엄마한테 삐친 줄 알았지.'


아이의 등을 돌려 웃는 모습을 바라본다. 따뜻한 해님이 함께여서일까.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솜사탕이 아이를 행복하게 한다면 백 개도 사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잠깐 든다. 아- 그래도 백 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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