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김경후
기억해야 한다는 딱 그 강박만큼 기억나지 않는 뜯겨 나간 조각, 머지않아 내릴 차갑게 녹아버릴 무게, 그리고 채 닿기도 전에 휘발해 버릴 순간, 아름다워야 하리라. 먼 칠월의 눈
첫눈
by 김경후
이미 내린 첫눈이
지금 처음 내린다
내린 적 없는 눈이
아직 내린다
불지도 않은 바람이
있지도 않은 소용돌이무늬를
기억하고
이미 사라진 바람은
있지도 않은 나의 날개를
찢어
입 속으로
흩뿌린다
눈,
.........눈,
.....눈, 눈,
눈,
............................................눈
....눈,
..........................눈,
아무것도 아닐 수 없는
내릴 수 없는
마지막 눈이 이제야 끝나지 않는다
- [시인광장] 2012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