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눈

[시] 김경후

by 서희복

기억해야 한다는 딱 그 강박만큼 기억나지 않는 뜯겨 나간 조각, 머지않아 내릴 차갑게 녹아버릴 무게, 그리고 채 닿기도 전에 휘발해 버릴 순간, 아름다워야 하리라. 먼 칠월의 눈



첫눈

by 김경후


이미 내린 첫눈이

지금 처음 내린다


내린 적 없는 눈이

아직 내린다


불지도 않은 바람이

있지도 않은 소용돌이무늬를

기억하고


이미 사라진 바람은

있지도 않은 나의 날개를

찢어

입 속으로

흩뿌린다


눈,

.........눈,

.....눈, 눈,

눈,

............................................

....눈,

..........................눈,


아무것도 아닐 수 없는

내릴 수 없는

마지막 눈이 이제야 끝나지 않는다


- [시인광장] 2012년 5월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