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둘 사이에 by 성지혜 감독, 2025
오지후가 그들 사이에 있었다.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 그들이 있었다. 현실의 용기와 비현실의 고통 사이에 오지후가 있었다. 현재를 극복하도록 기대어 설 수 있도록 하는 힘, 바람 앞에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촛불 같은 연약함을 감싸는 위로다.
슬프도록 자신 스스로에게 기대지 못하는 한 사람의 혼란스러움이 창백한 얼굴에 비친다. 그럴 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안아주는 사람이 있다. 있을 때는 든든하지만 보이지 않을 때도 따라갈 수 있다. 흔적으로 난 길에는 오지후가 뿌리고 간 빛이 남아 있다.
그녀가 흘린 커다란 물빛의 슬픔이 흐르는 그 길을 본다. 때가 아닌 때를 적절하게 맞아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멀리 세워두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민한 서곡이 잔잔하게 흐른다.
지후가 응원하는 은진의 미소가 쓸쓸해질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을 때, 자신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은 없을 거라는 이기 속에서도 상대를 바라볼 줄 아는 그들의 눈빛이 너무 선하다.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 진심으로 다정하게 안아준 적이 언제였던가, 생명을 또는 사람을, 그리고 자신을.
거친 진심을 말할 수 없어 가슴 아파하며, 이기적인 자신이었노라 고백하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는 생명의 경이에 눈물 흘린다. 작은 생명에 고인 커다란 통증의 부피가 너무 안타깝다. 그저 버텨내라 응원한다. 초조한 은진과 불안한 호선, 그 둘 사이에는 굳건하게 세상을 이겨내고야 마는 작은 온기가 산다.
순수한 마음을 마주하면 부끄러움을 숨길 길이 없어 두렵다. 여리고 투명한 미소에 얼굴이 비칠 때마다 가만히 내리 숙여야 했던 나의 고개를 기억하리라.
도저히 더 나아지지 않을 지금이래도 생명은 꾸준히 세상을 밝히는 힘이 될 것이다.
오지후가 멈춰 서서 손을 흔들었던 그곳에서 둘은 꼭 안는다.
엔딩크레디트에서 오지후 역의 오지후를 읽는다.
그녀를 다시 되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