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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전

[영화 4편, 다큐멘터리 1편] 펠리니 탄생 100주년

by 서희복

60년 전의 영화로 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지금도 이런 류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산다는 게 신기하다. 화려한 공허와 허세,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만이 가득하다. 욕망을 버릴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난 듯한 사람들의 심리와, 구원을 위한 순수가 잘 버물려 웃다가 숙연하다가 긴 여운이 된다.


감각적인 색채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화면, 화려한 음악과 담고 있는 철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움직이는 그늘의 기하학적 각도까지도 잰듯한 화면 구성에 푹 빠졌다. 미장센이 훌륭하다.


'비텔리니'를 가장 먼저 보았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비텔리니 사이에서 어린 소년, 구이도는 책임을 다하며 일한다. 펠리니 영화의 순수한 상징으로서의 구이도는 성장하면서 욕망의 허무를 지나 자신을 찾고자 갈등하는 성인으로 '8과 2분의 1'을 채운다.


'달콤한 인생에 관한 진실'은 기록과 증거에 기반한 다큐멘터리다. 제작자의 열정이 실망과 슬픔으로 막을 내리는 곳에서 같이 좌절하며 내려앉았다. 결국 결별해야 했던 지갑 속 마음은 펠리니와 다른 제작자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이 또한 돈을 움켜 쥔 사람이 비열하게 큰소리치는 지금과 다르지 않다.


돈 있는 사람들은 왜 마음이 작고 꼬질한 걸까. 왜 쉽게 비열해지는 걸까. 왜 좋은 인간이길 포기하는 걸까.


'영혼의 줄리에타'는 엔딩이 없다. 도돌이표다. 다 깨달은 척하는데서 헛웃음이 나왔다. 펠리니의 특징 중 하나는 뜬금없다는 거다. 여유를 주지 않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주술적 색채와 계몽적인 말들, 깨달았다고 억지로 믿게 하려는 것이 이탈리아식 조급함으로 비친다.


폼 잡으며 몰려다니는 건달들, 비텔리니 개과천선에 당황한다. 상처 주는 충동, 도착적 집착으로부터의 거짓과 위선마저 깡그리 갑작스러운 반성으로 울부짖는 그에게 가증스러움을 보낸다. 초췌하게 자란 수염이 위선의 가면처럼 보인다. 그 미래가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필연처럼 각인되었다. 스로 날 줄 아는 사람은 명하다


끝없이 불안해하고 징징 짜는 사람에 대해 공감할 여유가 부족하다. 단호하지 못하여 속이기 쉬운 사람들은 여전히 만연하다. 그 시절은 거기에서 끝나야 맞다.


'달콤한 인생'은 텅 비어 부스러지기 쉬운 자아들의 노골적인 허세와 불안으로 시종일관 요란하다. 사랑한다는 울림마저 녹아 축축하게 흘러 떠난다. 가장 슬픈 이면이 사정없이 까발려진다. 못 살고 있다는 혼잣말이 공허하게 흩어진다.


클라우디아가 도와주었던 8과 2분의 1이 8의 2분의 1이라 해도 그만큼 집중한 삶으로 펠리니를 이해할 것이다.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은 전혀 달콤하지 않았던 '달콤한 인생'이었다. 펠리니의 달콤은 욕망의 노골적인 표출이지만 조금씩 벌어지는 균열 속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뇌를 남긴다.



▣ 포스터: La Dolce Vita from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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