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는 틈에는
모든 것들이 헝클어진 채로 서로 열기를 부대며 차가워지지 않으려 힘을 쓴다. 그 엉킴에 마음을 넣어 비틀어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의 끝까지 달려가 번득이는 빛을 모아도 본다. 문득 나는 이미 그곳을 떠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길을 걷다가 무거운 발걸음에 괜히 차인 거친 돌 하나에 마음이 간다.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 구석을 들이받으며 멍든 몸을 쓰다듬는 돌이 가엽다. 닿는 곳마다 상처를 주었던 과거의 시간과 지금의 알량한 가식의 배려 사이에 어느 길 잃은 자아가 끼어 있다.
밤새 눈 한번 붙여보지 못한 날것 그대로의 잠이 마음에 남아 계속 머뭇거린다. 한기에 오슬거리며 흔들리는 감기가 세포마다 가득 차 뜨겁다. 충혈된 꺼진 눈은 여전히 감기지 않고 밤에나 그리웠던 취기를 어느덧 가슴에 담는다.
문득, 그렇게 문득, 피로한 영혼을 차곡차곡 쌓아 자리에 눕는다. 밤새 익지 못한 꿈과 뒤척임과 꺼지지 않는 온갖 상념을 흔들어 섞는다. 단 한번 편하게 눈을 감게 되기를 바라던 짙은 어둠은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당도할 것이다.
걸어도 닿지 않는 바닥에 내려둔 갑작스러운 소란이 다시 발등을 타고 올라와 재촉한다. 내 삶 같지 않은 겹겹의 시간들은 언제 사라져도 좋을 것이다, 이미 나의 삶이 아니었으니. 숨이 필요한 곳에 편안하게 눕고 싶다.
그 균열 안에서 깨어나는 것마다 새로운 자기 검열과 독한 다짐을 지고 간다. 세상이 그러니 그렇게 가는 거라고. 말 한마디에 하얗게 질렸다가도 더 돌아서지는 말자고 오래 서있던 자정쯤의 거리가 제대로 눈을 맞추지 못한다.
그런 수많은 '문득'을 지나며 나를 찾아 헤매고 있다. 여전히 밝아오지 않는 하늘 끝 바람은 비를 뿌릴지 눈을 날릴지 고민하고 있다. 눈비가 같이 오는 날에는 비어 가는 하늘처럼 내 마음도 가벼워지길. 온 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다.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