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으로 수렴하는, 그래야
칠이 말했다. 부드럽고 길쭉하게 서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0을 앞에 두고 손을 내밀어본다. 바로 앞인데도 닿지가 않으니 쩜에 멈춰 마음만 동동인다. 쩜을 지나가야 하는지 돌아가야 하는지 건너가야 하는지 막막하다.
팔이 속삭인다. 저 0으로 안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쩜이 둥글지 볼록할지 거칠지 두려워 바라만 본다. 둥글면 촘촘하게 한 바퀴 돌아 가장 가까운 곳에서 0으로 건너뛸까. 볼록하면 두 팔로 한껏 올라타 볼 거야. 거칠면 튼튼한 고무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건너면 되는 걸까.
구가 한마디 한다. 왜 거기로 가야 하는 거지? 나는 똑바로 꼿꼿하게 서있는 1로 가려는데? 지나야 할 쩜도 돌거나 건너야 할 쩜도 없고 촘촘할지 볼록할지 거칠지 왜 고민해야 하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니 칠과 팔을 설득해 보려고 해. 거칠 것 없는 쭉 뻗은 길을 따라만 가면 1이 있다니깐!
쩜칠과 쩜팔은 1에 가자는 쩜구를 바라보며 쩜구와 1의 사이를 마음으로 재본다. 거긴 악취 나는 욕망의 그물로 짜인 곳이잖아. 왜 사람들은 1로만 가려는 걸까. 1을 넘으면 쩜구가 있는 소란을 지나, 쩜팔이 찾는 꿈으로 향하고 쩜칠이 마주한 희망이 있는 곳, 0에 가까워지는데.
0과 1 사이에서 쩜칠과 쩜팔과 쩜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다. 머리를 모으니 쩜!쩜!쩜! ...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쩜쩜쩜에 칠팔구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렇게 소리가 사라진 말과 언어 사이에서 0으로의 꿈을 꾼다.
0.7
0.8
0.9
너는 어디로 갈 거니?
.9
.8
.7
나는 인간이 욕망하는 1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0으로 가야겠어. 무작정 더하다 보면 다다르는 1보다, 쩜이라는 도드라진 약간의 불안과 긴장과 슬픔을 건너서 닿을 수 있는 0으로 갈거야. 고통을 건너 만나는 0은 그 무엇보다 소중할 거야. 고난을 겪어내고 안을 수 있는 둥근 부드러움을 깊이 더 깊이 느끼고 싶어.
그 흔적으로도 부단한 존재의 힘을 보여주는 그곳에, 그 0으로의 길에.
쩜쩜쩜
...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서로 모이면 차분하고 진중한 평화가 내려앉는 그곳에 말이야,
거기 갈래
같이 가자
칠은 줄 선 책임에 다짐한다.
0.73894321809653721...
비워야지
팔은 따르는 무게를 넘는다.
0.81590732546802595...
버려야지
구는 여전히 1에 집착한다.
0.98995949927999699...
하나만 더
책임과 무게를 돌보지 않는 삶
쓸모없음에 집착하다
지읒 오 지읒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