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의 꿈
새벽의 길이 휘어진다. 그쪽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가는 길목으로 빠지지 못한다. 보이는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 회오리를 단정하며 그런 때가 온 거다 스스로를 타이른다. 더 아름다운 시간들이 내가 서 있던 곳에서 나를 밀어낸다. 떠나온 곳에 가만히 바통을 놓아두고 한동안 바라보다 되돌아 선다. 잘 살아라 기도가 필요 없을 만큼 잘 지내기를.
더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더 이상 서성거릴 필요는 없다. 분주하게 다가서는 매혹의 몸짓을 눈에 넣으며, 인정한 만큼 허물어진 눈물로 되돌아 나온다. 변하지 말고 뜨겁게 그곳에 머물러 아름다우라. 바통 안에 숨을 불어넣는다.
출구를 찾아 애써 과속하지 않고 달린다. 순리대로 가는 거다 꾹꾹 새긴다. 어디로 계속 이어 달려야 할지 이 출구를 지나면 알게 되겠지. 보이는 곳에 직진, 좌회전, 우회전, 오거리쯤이면 열한 시 방향이나 한시 방향, 네가 가리켰던 어디든 틀고 싶은 각도만큼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질주해 나간 출구엔 길이 없다.
내일은 다른 내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다른 내일 다음엔 또 다른 색깔의 내일이 올 것이다. 떠나려는 곳에서 내일이 멈추어 선다. 내일은 닿을 수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떠나고 내일도 내가 떠나온 거리만큼 멀어진다.
지금 여기에는 길이 없다, 내일과 나 사이에 점점 벌어지는 틈이 어디로든 길을 만들 수많은 가능을 기대하게 한다. 어느 방향이라도 좋다. 끝없이 달려야만 하는 자유라도 괜찮다.
유영중이다, 그 틈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