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외로움이 모자라
표정이 항상 꼬질한데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눈이 계속 뭔가 말하는 것 같아서 그래.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서. 어제 너를 보았지만 나는 다시 너를 보러 갔네. 네가 눈을 맞출 때마다 와락 다독이고 싶은 마음이 매번 들어. 하지만 가만히 바라보고만 왔어.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 고아지 맞지. 그런데 친구가 고아였구나 할 때 네가 그러더라. 음, 그렇게 드라마틱한 말 말고 잠시동안 부모 없는 상태인거지라고 덧붙였어. 웃으며 농담처럼 던진 거지만 그 웃음의 길이만큼 커다랗게 뚫린 네 가슴을 보는 것 같아 내 마음까지 바람이 들어와 서늘하고 허전하더라.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항상 당황스러운 상태가 되잖아. 그런데 너는 새 사람이 헌 사람인 듯 오래 만난 듯 장난도 치고 짓궂게 웃기도 하더라. 그러니 걸어와 먼저 말 건 사람이 속절없이 너에게 빠지게 되는 거야. 그렇게 시작이 되는 다른 색깔의 흥분에 조금씩 불안하게 다가가는 너를 보면서 난 너무 이르게 슬퍼지고 말았어. 어쩌려고 그래.
맞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니까 그 아름다운 재능을 피어나게 하고 싶으니까 보내는 거겠지. 그렇게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되고 내키지 않는데 보내야 하는 거, 그런 거야?
가장 행복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하다가 서로 경계의 가장 멀리에 서서 눈물을 삼키며 많은 날이 지나고 또 지나고 났을 때 미치도록 견딜 수 없어지는 거지. 그립다고 말하지 못해. 외롭다고도 하지 않아. 너나 그나 그렇게 시간과 거리를 두고 각자 잘 지내게 될 거라 처음부터 믿는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으며 가슴속으로는 수천번의 오열을 했겠지.
그래도 서로 같이 행복했던 그 일들, 그 뜨겁게 나누던 호흡, 목소리에 가득한 열정과 때론 작은 오해들마저 너무 사무치게 그리워서 서둘러 돌아서 닿으려고 마음을 재촉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거더라.
네가 받은 편지에 답장조차 할 수 없었을 혼자의 절망을 앓으며 얼마나 깊은 고독으로 가라앉았던 거니. 가장 따뜻한 이야기들이 숨겨진 노래들을 찾아 같이 하던 시간들이 보석같이 빛나는데. 너는 외로움에 사무쳐 그리워하다가 죽어 버리고 그런 너를 떠나지 않았어야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 그는 그 모든 무게를 감당해 내며 살아가고 있어.
너를 그리며 너와의 시간에 헌정하는 글을 쓰고 아주 오랜 후에야 네 목소리를 다시 들으며 그가 흘리는 뜨거운 눈물을 보았어. 네가 부르는 노래가 떨리는 목소리로부터 나지막이 나오기 시작할 때 나도 무너졌지. 네가 한 게 그게 사랑인 건가. 가라고 떠밀고 나서 일부러 더 잘 살려다가 단번에 부러져버리는 게 사랑이냐고.
자기 자신을 가장 깊이 사랑할 수 있었던 그런 둘의 시간이었을 텐데. 그도 너만큼 너와 그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다는 걸 그 위 하늘에서 알게 되었길 바라. 너무 외로워 말고 자책도 말고.
그도 또한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다더라. 과거에 대한 향수나 너에 대한 슬픔보다 같이 했던 귀하고 행복한 시간이 있었기에 그가 사는 것 같더라. 너도 그러길 바라.
너희를 따라가며 들었던 모든 노래들이 내가 외로울 때마다 위로가 될 거야. 덕분에 나도 행복이 뭔지 조금은 안 것 같아서 기쁘다는 말 전하고 싶어. 그럼 안녕, 데이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