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온다

[영화] 살목지 by 이상민 감독, 2026

by 서희복

젖기 싫으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움직이려면 각오해야 한다

발을 떼면 그늘이 온다

어두운 숲에는 속삭임이 산다

이미 속삭이고 있으면 죽은 거다

제대로 사라질 수 없는 기도가 있다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시간이 회전한다

산 길이 마주 달려 매번 그 자리다

숨 쉬며 주검이 되어 타인으로 산다

너를 죽인다

그래야 내 기도가 이루어진다

돌을 쌓아서 칼 끝으로 닿아 간다

그 끝에 걸린 목이 대롱거린다

들어오는 사람 수는 늘어난다

나가는 사람 수는 없다

살아서 나갈 수 없다

저수지 물가에 거짓이 퍼져간다

물 바닥을 걸으며 검은 머리가 너울거린다

박힌 다리마다 푸른 핏 빛으로 산다

아무도 누구도 믿지 말아라

눈 속에 들어온 온기도 허상이다

보이다가 안 보이다 살아진다

사라져 죽었다가 돌아온다

물 먹은 영혼의 빛이 검다

훑어가는 뻘마다 사람이 홀린다

지금 선 곳이 잘 사는 곳이라 믿는다

살아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이다

온기가 식지 않으면 나가는 거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사람들을 본다

죽다가 살기도 한다

사는 것이 죽은 것일 때도 있다

지금 살아 있다고 믿는다

지금 살아 있다

제대로 살지 못한다

지금 산다

지금 죽인다

깊숙하게 발 디딘다

물들어 어둡다

죽어간다

낄낄대며 죽인다

발목을 잡힌다

숨 쉬고 있다


제대로 죽어야 한다

제대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