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빌 워-분열의 시대 by 알렉스 가랜드 감독
5개의 틱택틱택톡이 열두 번 달려 60번째 순간이 되면 팝! 1분에 다다른다. 60개의 고요 뒤 한 번의 폭발일까 60번의 전쟁 후 한 번의 평화일까.
내전의 중심은 종일 분침으로 굉음을 내지만 그 주변의 무심하고 자잘한 평화는 눈물을 낸다.
비인간의 극을 보이는 전쟁은 그 어디에서든 일어나서는 안되며 타인의 삶을 죽음으로 넘기며 웃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사는 현재에서 이미 벌어졌을 수도 있는 아니,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이러한 현재를 제대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 건가. 이곳의 현실들을 믿을 수가 없다.
내전이 한창인 미국의 진실을 전하려는 종군기자의 눈으로 본 지금이다. 죽음 앞에서 비굴하고 비참하고 잔인하고 비루하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상대를 향한 발포에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런 게 내전이다.
죽음 직전의 '살려주세요.'는 안 하느니 못할 때도 있다. 리더답지 못한 종말이다. 그 순간이 오기까지 얼마나 경청하며 바라보며 노력하고 관계를 헤아렸던 걸까. 통하지 않는 대화 밑에는 오염된 시간의 강이 흐른다.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내전의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아름다운 공기와 바람과 꽃, 푸른 하늘, 조용한 산책이 사이사이 대비를 이루며 가슴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두려움 사이로 흐르는 짧은 선율 속의 토끼풀의 평화가 눈물과 허망함으로 혼재하는 시간이다. 피 흐르는 시체 위로 바퀴를 굴려 넘어 죽음을 피해 달렸던 그 금빛의 벌판, 그리고 그 바람은 울지 않았다. 항상 그곳에서 오가는 차와 사람과 강아지를 스쳐 쓰다듬으며 무심히 지나간다.
어깨에 멘 포탄의 무게는 남은 삶의 이야기로 다시 피어나는 영웅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포탄과 총알들이 향하는 그 맞은편에는 자신과 같은 생명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시체 더미를 헤어 나오려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지키려 했던 또 다른 그녀의 몸이 총구에 꺾이는 것에 전율했다. 죽음 사이 시간의 패닉을 끝까지 견디고자 했던 그의 억지웃음과 용기는 공포다.
피를 보는 공황의 순간들을 극적 감정과 몸짓으로 누르려 했던 그의 친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제로의 생명이 되는 것을 보며 나는 포탄 파편에 맞은 것처럼 숨을 참으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연륜의 지혜인지 순간적인 패기인지 동료를 구하고 남긴 흥건한 핏물은 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세상을 향해 남긴 지울 수 없는 상처다.
했던 말을 번복해야 할 것 같다.
내전의 중심으로 온 충격과 죽음을 향한 현상은 종일 초침으로 상처를 내지만 이따금씩 마주하는 분침 같은 자연의 존재는 고요하고 평화롭게 눈물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