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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의 진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by 자크 오디아르 감독

by 서희복

통째로 들어내고 다른 세상이고 싶어 한다. 과거를 깡그리 비우고 현재에 새롭게 서고 싶다. 같은 뿌리를 통해 다른 색깔의 새싹을 내기 위한 의식적인 삶은 찬사 받아 마땅한가.


어떤 사람에 대한 영화구나. 여자? 장르가 뮤지컬이라니 롭 마샬의 '시카고(2002)'를 능가할까. 배우며 음악이며 원하는 조합이 모두 들어가 있어서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고, 곳곳에서 현재성이 연결되어 상상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20년도 더 된 그 뮤지컬 영화를 뛰어넘는 역작이길 바랐다.


인간이라 끈적하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되돌아간다. 쏟아지는 본능적 관계의 끌림을 주체하기에 인간은 작다. 그래서 주체 못 할 소용돌이에서 환각적으로 꿈을 꾼다.


유망한, 비열한, 찬란한, 안타까운, 자만하는, 좌절하는, 탐닉하는, 피하고픈, 강렬한, 애잔한, 돌이킬 수 없는 참아야 하는, 뜨거운, 본능적인, 대담한 사람들과 감정들에 대한 퀼트 같은 영화다.


변호하는, 협박하는, 주저하는, 대답하는, 쓴웃음을 짓는, 막다른 골목에 서게 만드는, 위선을 감추는 표정으로 더러운 부富가 넘치는 언덕에 서서 선善을 실천하려는 성性을 바꾼 자에 대한 진한 기록이다.


존재의 본질로서의 성性, 그 참된 질적 가치, 인간의 가장 뚜렷한 다름인 남자, 여자, 어떤 사람의 세상을 사는 방식 또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으로, 견뎌내다는 의미까지 가진 이 성性이라는 한자 하나로도 크게 설명할 수 있는 드라마 장르를 품은 생각이 많은 영화다.


한 달이나 남은 개봉일을 굿즈 포스터에 찍어 둔 것이 프리미어의 특권을 누리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아 피식 웃었다. 이런 식의 자극적인 신경전이 통하는 세상, 이것도 소확행의 일부이려니 한다. 한국 포스터보다 오리지널 포스터로부터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꽤 많이 사람이 들어 찬 영화관 맨 앞자리에서 나는 마음 졸이며 비굴했던 영화 속 변호사를 집어치우고, 가장한 선善을 향해 들어갔다가, 화들짝 데어 상처 난 심장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가슴의 그 상처는 대체 어디에서 난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결국은 사랑이어서 그런 건가. 사랑은 왜 이렇게 아픈가.


'에밀리아 페레스' in Spanish


에밀리아 페레스 메인 포스터 from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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